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두고 벌어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의 첫 절차인 한일 양자협의 참석차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했던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첫 번째 양자협의에서 양국이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냈다. 한국과 일본은 내달쯤 양자협의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지난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본 수출제한조치 WTO 분쟁(DS590)의 첫 번째 양자협의를 개최했다.

이번 협의는 WTO 분쟁해결양해(DSU) 제4.3조에 근거하여 개최되는 WTO 분쟁의 첫 번째 단계다. 우리 측은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일본 측은 구로다 준이치로 경제산업성 다자통상체제국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6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협의에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일본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2차 양자협의 일정을 외교 채널을 통해서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자협의는 원칙적으로 60일 동안 진행할 수 있다. 때문에 내달 10일 이전에 2차 양자협의가 열릴 전망이다.

우리 측은 일본 측 조치의 부당성과 WTO 비합치성에 대해서 지적하고, 일본 측이 수출제한조치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3개 물질에 대해 일본의 차별적이고 부당한 수출제한조치에 대해 WTO 상품무역협정(GATT), 서비스협정(GATS), 무역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 무역관련 투자조치협정(TRIMS) 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작업에 앞서 회로가 새겨진 모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또 우리 측은 일본이 그간 제시한 조치 사유들이 구체적 근거가 없으며,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들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앞으로도 협의를 계속해 나갈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외교채널을 통해 2차 협의 일정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정 협력관은 “추가 협의를 해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하거나 예단하기 어렵지만, 재판 절차로 가기보다는 조기에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그것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에 추가 협의를 논의하기로 했다”며 “통상 양자협의는 한 차례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한 차례 더 하기로 했다는 것은 양국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협력해 나가자는 대화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일본 측 수석대표인 구로다 국장은 “한국이 정치적 동기로 WTO에 이 의제를 가지고 온 것은 부적절하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경우 이번 양자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이 양자협의에 실패할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 우리나라는 WTO에 제3자 입장에서 양자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 ‘분쟁해결기구(DSB)’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분쟁해결기구의 판단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5개월가량 걸린다. 이 결과에 한쪽이 불복해 최종심까지 갈 경우에는 최종 소송 결과까지 2~3년이 걸리기도 한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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