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강타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24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됐다. 이틀 새 각 지역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이르는 물폭탄을 쏟아 각 지역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피해가 더욱 컸다. 13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NHK에 따르면 하기비스는 전날 저녁 일본 열도에 상륙해 폭우를 쏟아내며 사망자 9명, 행방불명자 15명, 부상자는 1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기비스는 전날 오후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에 상륙한 뒤 밤새 수도권 간토(關東) 지방에 많은 비를 내렸고, 이날 오전 6시50분 현재 세력이 많이 약화된 채로 미야코(宮古)시 동쪽 130㎞까지 진행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쯤 태풍이 소멸해 온대성저기압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기비스는 큰 비를 동반한 것이 특징으로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내렸다. 특히 수도권과 도호쿠(東北) 지방의 피해가 컸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인기 온천 관광지인 하코네마치(箱根町)의 강수량은 48시간 동안 1,001㎜에 달했다. 이즈시 이치야마(市山) 760㎜, 사이타마(埼玉)현 지치부(秩父)시 우라야마(浦山) 687㎜, 도쿄 히노하라무라(檜原村) 649㎜ 등도 많은 비가 쏟아졌다. 모두 기상청 관측 사상 최대 수치이다.
폭우로 인해 각 지역에서 하천이 범람했다. 이날 오전 6시쯤 나가노(長野)시 호야쓰(穗保) 지구에서는 지쿠마가와(千曲川) 하천의 제방 일부가 붕괴해 주변 마을의 주택가와 논밭이 물에 잠겼고, 전날 저녁에는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 다마(多摩)강이 범람하는 등 이틀 간 총 14개 하천이 범람하면서 피난 지시ㆍ권고가 내려졌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도쿄(東京)도와 가나가와(神奈川)현 등 수도권을 비롯한 13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최고 경보 수위인 ‘폭우 특별 경보’를 발표했다. 11개 광역지자체에 폭우 특별 경보가 내려진 지난해 7월 서일본 폭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중 도쿄도 등 수도권을 포함한 9개 광역지자체에 폭우 특별 경보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오전 8시 50분 기준 태풍 세력이 약화하면서 모든 지역에서 폭우 특별 경보는 해제됐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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