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가 정경심 교수의 자산 관리인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 교수에게 유리한 내용만으로 편집해 방송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위 여부’를 시민들에게 맡기겠다며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다.
진위 여부에서 ‘진위(眞僞)’는 참과 거짓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의 ‘국어 순화 자료집’을 보면 ‘진위 여부’를 ‘사실 여부’로 순화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진위’라는 말이 어려운 한자어이기 때문에 쉬운 한자어인 ‘사실’로 바꾸어 쓰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진위 여부’는 어려운 한자어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로 순화하도록 한 것이지만 ‘진위 여부’라는 말의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가 중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부라는 말이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앞에 진위처럼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의미하는 단어가 또 들어갈 경우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의 의미가 중복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사실 여부’ 혹은 ‘거짓 여부’라고 표현하는 것이 의미 중복이 없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
언중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에는 이처럼 의미가 중복되는 군더더기 표현들이 많이 있다. ‘역전 앞에서 만나자’, ‘마지막 고별 무대’,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 ‘해묵은 숙원 사업’, ‘남은 여생’, ‘미리 예고한 대로’, ‘가까운 측근’ 등이 그것인데, 이 경우에는 ‘역 앞에서 만나자’, ‘고별 무대’, ‘난관에 봉착했다’, ‘숙원 사업’, ‘여생’, ‘예고한 대로’, ‘측근’ 등으로 말하는 것이 사족(蛇足)이 없는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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