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YB, 6년 만에 신작 ‘트와일라이트 스테이트’ 발매
가수 윤도현은 2년 전 경기 양평 명달리 인근의 산에 들어갔다. 새 앨범 준비를 수년 동안 준비해왔는데 작업이 더뎌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다. 윤도현은 산에 두 날 넘도록 머물며 먹고 자는 일을 빼고 곡 작업에 매달렸다.
윤도현이 산까지 가 고시 공부하듯 만든 음악을 모아 그가 속한 록밴드 YB가 지난 10일 앨범 ‘트와일라이트 스테이트’를 냈다. 2013년에 발표한 9집 ‘릴 임펄스’ 이후 6년 만에 낸 정규 앨범이다.
YB의 신작은 따뜻하다. 타이틀곡 ‘상수역이 좋다’는 ‘제2의 홍대’라 불리며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상수동을 소재로 한 사랑 노래다. “혼자인 내가 둘이 되고 둘이 만나 우리가 되어 함께 있어서 좋다”란 소박한 가사에 감미로운 기타 연주가 포개져 서정을 더한다. 세계적인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연상케 하듯 듣기 편한 게 특징이다. 박노해 시인의 시 ‘이 땅에 살기 위하여’에 멜로디를 붙여 동명 곡을 내는 등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했던 YB는 이번 앨범에선 개인의 소소한 감정을 음악에 실었다.
“사회가 광기에 젖어 내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뭘 믿어야 할지를 모르게 됐잖아요. 그래서 나 그리고 삶에 집중을 해보자란 생각을 했어요. 그 고민이 그대로 드러냈을 때 같이 공감하고 서로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이번엔 큰 이야기보단 개인의 감정을 끌어내 음악에 담으려고 했어요.” 윤도현이 11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야외공연장에서 연 새 앨범 쇼케이스에서 들려준 신작 작업 얘기였다.
음악으로 위로를 건네는 일도 잊지 않았다. YB 새 앨범에 실린 또 다른 타이틀곡 ‘생일’에서 윤도현은 “소년아 오늘이 너에게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라고 노래한다. 시인 이응준이 쓴 동명의 시에 영감을 받아 윤도현이 곡을 썼다. 노래는 “나는 나의 죄를 닮은 밤하늘을 향해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란 윤도현의 낭독으로 시작된다. 지저귀는 새 소리가 이끄는 그의 낭독은 고요하게 희망을 찾는다. YB의 기타리스트인 허준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힘이 되는 음악을 만드는 게 바로 YB의 음악적 모토”라고 했다.
올해 데뷔 24년을 맞은 YB는 음악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 YB는 가사대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다고 했다. 베이시스트인 박태희는 “앨범이 나왔다 해서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가사를 품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려고 노력한다”면서 “YB가 부르는 삶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려 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YB의 신작엔 ‘딴짓거리’ 등 13곡이 담겼다. 새 앨범을 낸 YB는 11월 30일과 12월 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공연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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