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발(發) 지각변동 올까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알뜰폰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KB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 망을 빌려 ‘5G 반값 요금제’ 등 파격적인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고, 알뜰폰 시장 1위 CJ헬로는 LG유플러스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정부의 판단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을 빌려서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통사는 망을 빌려준 알뜰폰 업체의 가입자가 많아질 수록 망을 빌려준 대가로 얻는 수익이 커진다. 그리고 국민은행과 CJ헬로는 모두 LG유플러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금까지는 KT와 SK텔레콤에 밀려 알뜰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LG유플러스가 본격적인 영역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803만7명으로 7월(806만6,747명)보다 3만6,740명이 줄었다. 7월에는 6월(808만9,435명)보다 2만2,688명이 감소했다. 처음으로 2개월 연속 가입자가 줄어든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9월 번호이동 현황 조사 결과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넘어간 가입자 수가 약 5만8,000명에 달해 가입자 감소세는 3개월 연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알뜰폰 시장은 작아지고 있지만, 망을 빌려주는 이통사 중에선 LG유플러스 입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8월 알뜰폰 가입자 중 KT 망을 쓰는 사람이 378만명(점유율 47%)으로 가장 많았고, SK텔레콤이 323만명(40%)으로 2위였다. LG유플러스는 102만명(13%)에 그쳤다.
하지만 연도별로 KT는 2017년 8월과 2018년 8월에도 각각 46%로 정체기이고, SK텔레콤은 같은 기간 46%에서 44%로, 올해는 40%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7년 8월 7%에 불과했던 LG유플러스는 2018년 8월 9%, 올 8월 13%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다음주 국민은행의 공식 알뜰폰 서비스 개시가 이어지면 LG유플러스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내 100만명 가입자 유치를 목표로 하는 국민은행은 알뜰폰 최초로 5G 요금제를 출시할 뿐 아니라 예ㆍ적금, 자동이체 등 거래 실적이 많을수록 통신비를 할인해 줄 계획이다. 최대 할인을 받으면 월 1만원대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알뜰폰으로 가입자가 몰리면 LG유플러스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건도 큰 복병 없이 정부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사업 중 알뜰폰은 떼고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첫 번째 정부 심사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에선 알뜰폰 분리매각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붕 뜨게 된 CJ헬로 알뜰폰 가입자도 LG유플러스가 그대로 품을 수 있다는 얘기다. KT 망과 SK텔레콤 망을 9대 1 비율로 빌려 쓰고 있는 CJ헬로는 알뜰폰 시장 점유율 약 9%로 1위 업체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마치면 경쟁사인 KT나 SK텔레콤 망 임대 비용을 굳이 지불하면서까지 알뜰폰 가입자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 결국 LG유플러스 망으로 전환, 시장 왜곡이나 그 과정에서 가입자 차별행위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조건으로 망 전환 제한 등을 넣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인수가 끝나면 주도권이 LG유플러스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LG유플러스 망으로 유도하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5G에 집중하고 자사 망을 쓰는 알뜰폰에 실속 있는 LTE 요금제를 열어주는 식으로 전략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LG유플러스의 알뜰폰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장 재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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