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업체 ‘타다’와 택시업계 간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국토교통부가 양측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 앉혀 ‘택시-모빌리티 상생안’을 내놓은 지 약 3달만이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 기간에 상생방안을 입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타다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택시업계간 대결 구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연내 사태 해결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타다 1만대 계획에 국토부ㆍ택시업계 반발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논란은 타다의 운영사인 VCNC가 지난 7일 타다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1,400대 수준인 운행차량을 내년까지 1만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장 국토부는 “그간 제도화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사회적 갈등을 재점화하는 부적절한 조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영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손보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정부는 이미 포화상태인 택시 서비스의 총량을 더 늘리지 않으면서 모빌리티 업체들이 기존 택시면허를 사들이게 하는 ‘총량제’를 통해 상생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초 카풀 논란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진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 간 갈등 끝에 3개월 전인 지난 7월17일 가까스로 마련한 절충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후 실무 논의를 위해 양 업계를 어렵사리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힌 상황에서, 타다의 이번 발표로 살얼음판 위에 세워진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정부의 엄포에 타다 측은 하루 뒤 “앞으로 바뀌게 될 법과 제도를 준수하며 사업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이번에는 택시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서울 성동구 쏘카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시기사들은 그동안 대타협 기구에서 참고 기다리며 인내했는데 (타다가) 뛰쳐나가서 불법ㆍ편법적인 일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타다의 불법영업을 즉각 금지하고 엄단해야 한다”며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위한 실무논의 기구에서 타다를 아예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심지어 쏘카의 2대 주주인 SK그룹을 향해 “타다의 불법영업에 동조할 경우 불매운동 등 투쟁에 나서겠다”며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쏘카 지분 23.9%를 갖고 있다.
◇3차 실무회의도 ‘안갯속’
업계에서는 정부와 택시업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타다가 승부수를 띄운 것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빌리티 업체 내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생존전략으로 보고 있다.
연 1,000대 수준으로 예상되는 택시 감차 추이를 고려하면 향후 원하는 수준의 차량 운행 대수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운영 차량 대수를 늘려 나중에 택시 면허를 분배 받을 때 최대한 많은 몫을 요구하겠다는 복안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 법안 발의가 불발될 경우, 내년 4월 총선과 원 구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논의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타다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달 중 카카오모빌리티가 법인택시 100여곳과 손잡고 대형가맹택시 서비스인 ‘카카오T 벤티’를 내놓는 점도 부담이다. 벤티의 운영방식과 서비스 지역이 타다와 거의 유사한 만큼, 이용자를 선점하지 못할 경우 택시와 손잡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물량 공세를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퍼져있다는 의미다.

택시업계의 사정도 복잡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대에 9,000만원을 웃돌던 서울 개인택시면허 가격이 올 상반기에는 6,000만원선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운송사업 면허가 제한돼야 향후 택시 면허 가치를 올릴 수 있다. 특히 타다는 100여곳의 법인택시와 협업한 카카오모빌리티와 달리 택시업계를 배제한 채 렌터카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2월 택시업계는 “택시업면허 없는 이들이 운전대를 잡고 유사택시 운전을 한다”며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여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처럼 양측이 물러설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오는 23일 국회 앞에서 ‘타다 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는 1만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5월 마지막 대규모 집회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든지 5개월만이다.
양측의 시각 차가 여전한 탓에 이달 말로 예고된 3차 실무기구 회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달 중 논의를 마무리하고 운송사업 면허 총량제 등의 내용이 담긴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전 발의한다는 방침이었지만 향후 일정은 안갯속으로 빠진 셈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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