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채동욱 사태’와는 선긋기

자유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스폰서인 윤중천씨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11일 한겨레신문 보도와 관련, 윤 총장을 일단 엄호하는 태도를 취했다. 한국당은 보도의 ‘배후’에 여권이 있다고 의심한다. 윤 총장의 힘을 빼 조국 법무부 장관을 겨누는 검찰의 칼끝을 무디게 하려는 것이 여권의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한국당은 윤 총장 의혹을 “조국 물타기 공작”으로 규정하고 “조폭집단 식 압박” “궁색한 삼류소설” 등에 빗댔다. 다만 한국당은 윤 총장을 특검에 올릴 가능성도 열어 두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문재인 정권 사법농단 규탄 현장 국정감사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드디어 윤 총장에 대한 흠집내기가 시작됐다. 윤 총장에게 문제가 있다면 총장 후보자 인사 검증을 한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무엇을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국 일가 한 명을 구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이 정권의 비열함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제가 있다면 조 장관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윤 총장에 대해서도 특검을 하자”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본인과 문재인 대통령, 황교안 한국당 대표, 조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 관련 특검을 제안한 바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정색 옷을 입고 대책회의에 참석해 조 장관 동생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과 윤 총장을 겨냥하는 여권을 동시에 성토했다.
당 안팎에선 윤 총장 의혹을 정치 공작으로 몰아가는 발언이 이어졌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국 수사를 시작하니 (여권이) 자신들이 지지했던 윤 총장에 대해 상식 밖 음해를 하고 있다”며 “좌파 언론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니 그들이 확실히 조폭 집단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홍 전 대표는 “윤중천 별장 성접대 사건은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있었던 검찰 고위직에 대한 성접대 사건”이라며 “당시 초임 부장급 검사에 불과했던 윤 총장이 차장검사급 이상의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냐”고 보도를 반박하기도 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참 치사하고 궁색하고 통속적인 ‘3류 소설’같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와 윤 총장 보도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청와대 의중을 무시하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한 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자 보도로 낙마했으며, 당시 국정원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있었다. 국회 법사위 소속 한국당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2013년 당시 침묵한 채 전 총장과 의혹을 즉각 반박한 윤 총장의 반응이 다른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총장 의혹 띄우기에 나서지 않는 걸 보면 보도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런 점에서 ‘의도’가 분명한 보도”라고 주장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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