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매 시즌 가장 뛰어났던 신인에게 수여되는 상인 ‘루이스 서그스 롤렉스 루키 오브 더 이어’는 성공보증수표로 통한다. LPGA의 창립자이자 역대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여자골프의 전설 루이스 서그스의 이름을 따 1962년 제정된 이 상의 역대 수상자들은 모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줄리 잉스터(1984년 수상)와 아니카 소렌스탐(1994년), 캐리 웹(1996년), 박세리(1998년) 모두 이 상의 수상자이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제 그 길을 또 한 명의 한국 선수가 따라 걷게 됐다. 바로 ‘핫식스’ 이정은(23ㆍ대방건설)이다.
LPGA 투어는 11일(한국시간) “남은 5개 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이정은이 올해 신인상 수상을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주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공동 8위에 오른 이정은은 신인왕 포인트에서 1,273점을 기록, 517점을 기록 중인 2위 크리스턴 길먼(21ㆍ미국)과의 격차를 벌리며 수상을 확정 지었다.
한국 선수의 신인상 수상은 2015년 김세영(26ㆍ미래에셋), 2016년 전인지(25ㆍKB금융그룹), 2017년 박성현(26ㆍ솔레어), 2018년 고진영(24ㆍ하이트진로)에 이어 5년 연속이자 역대 13번째다. 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임성재(21ㆍCJ대한통운)와 함께 역대 최초로 한국 남녀 선수 동반 신인상을 수상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썼다.
이정은은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해 첫해부터 4승을 올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해 KLPGA 투어 최초로 대상, 상금, 평균 타수 등 6관왕에 오른 그는 2018년 L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하며 2019년 미국 무대에 발을 들여놨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정은이었지만 무리하게 도전했다간 실패할 수 있단 우려와 함께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미국 도전을 주저했다. 4세 때 큰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아버지(이정호씨) 걱정이 무엇보다 컸다.
하지만 이정은은 지난 6월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첫 승을 거두고 비상하며 그 우려를 씻었고 준우승 3회, 톱10 10회의 화려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 2위, 상금랭킹 2위(191만3,357달러), 평균 타수 5위(69.6타), 버디 수 8위(305개), 이글 8위(9개), 그린적중률 10위(75%) 등 각종 기록 부문에서 모두 톱10 이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코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믿기 힘든 활약이다. 2년 차의 이정은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내년엔 도쿄올림픽도 기다리고 있어 선배 고진영, 박성현 등과의 집안 싸움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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