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경제관료로 30년을 봉직하고 지금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우리 사회에 갑질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제도와 의식구조의 문제에서 찾는다. 수직적 조직에 계급문화가 뿌리내리면서 갑질 행위를 하면서도 스스로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어폭력, 구타, 성희롱ㆍ성폭력, 인사불이익과 따돌림, 경제적 착취, 불공정거래 등 형태와 차원을 달리하며 횡행하는 갑질 행위 속에서 피해자는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한 채 2차 피해마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돌이켜 보면 나 자신 또한 그동안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수많은 갑질 행위를 해왔으리라 여겨진다”는 저자의 자성에 외면할 수 있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성싶다.

저자는 ‘새는 알에서 깨고 나온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고전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더 늦기 전에 이 사회적 병리 현상을 직시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백미러’ 없이 경제 발전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대한민국은 이제 인권을 돌아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책은 총 5장으로 정리되어 있다. 1장은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갑질의 개념과 형태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면서, 그 폐해와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소개한다. 2장에서는 갑질문화의 형성 배경을 역사적, 사회적으로 낱낱이 파헤친다. 3장은 ‘갑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란 타이틀로 갑질을 저지르는 계층을 하나씩 지목하고, 4장에선 이들의 폭력을 을의 처지에서 감당해야 하는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을 조명한다. 5장은 저자가 우리 사회에 전하는 10가지 처방전으로 ‘갑질 주체’들에게 소통, 정의, 투명성, 사회적 책임, 협력을 담보하는 개혁을 주문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이철환 '을의 눈물'
을의 눈물: 한국사회의 갑질 보고서
이철환 지음
새빛 발행ㆍ252쪽ㆍ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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