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지난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노벨 문학상은 여성주의 바람을 확인시켰다. 스웨덴 한림원이 2년 치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여성 작가 한 명을 수상자로 지목해서다. 유독 여성 작가에 인색했던 그간 시상 경향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10일(현지시간)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대표작 ‘태고의 시간들’(2019)에서 여성 존재의 의미를 파고들어 깊은 울림을 줬다. 2018년 ‘미투(#Me too)’ 운동 여파로 내부 갈등을 빚은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회가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여성주의 물결에 부응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상자 발표 당일 영국의 베팅업체 나이서오즈엔 노벨 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 1~5위로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등 모두 여성 작가가 올라와 이번 수상에 여성 작가 수상에 기대가 한층 고조된 상황이었다.

1901년 시작된 노벨 문학상은 2019년까지 116명의 수상자를 냈는데 이중 여성 작가는 15명에 불과하다. 여성 작가 비율이 남성의 13%에 그친 불균형이다. 2010년 들어 노벨 문학상을 탄 여성작가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쓴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2013)와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집필한 우크라이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2015)뿐이었다. 1970~80년대엔 여성 작가들이 더욱 설 곳이 없었다. 1966년 독일 시인 넬리 작스가 수상한 뒤 199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네이딘 고디머가 수상의 영예를 안기까지 무려 24년 동안 노벨 문학상은 남성 작가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었다. 노벨 문학상의 ‘유리천장’을 2015년 알렉시예비치 이후 3년 만에 토카르추크가 깨면서 향후 여성 작가의 약진에 대한 기대도 쏠리고 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관객모독’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오스트리아 남성 소설가 겸 극작가 페터 한트케가 선정됐다.

노벨 문학상은 지난해 부침을 겪었다. 선정위원회는 조직 내 성폭력 의혹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입길에 올랐다. 갈등이 커지자 종신위원 18명 가운데 6명이 사퇴하면서 지난해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017년 11월 여성 18명이 한림원 종신위원인 카타리나 프로텐손의 남편 장 클로드 아르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조직엔 균열이 생겼다. 노벨 문학상이 미투로 선정 자체가 취소되기는 처음이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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