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해자들에게.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나의 가해자들에게
씨리얼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발행ㆍ280쪽ㆍ1만4,000원

“어느 날 집에서 ‘무한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웃긴 장면이 나와서 막 웃는데 호흡이 안 되는 거예요. 과호흡이 와서 병원에 실려 갔어요.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웃은 적이 너무 없어서…”

한 왕따 피해자가 이 책에서 밝힌 내용이다. 주변 또래들의 따돌림으로 평소 웃을 일이 없다가 예능프로그램을 보다 큰 일 날뻔한 사연은 피해자가 겪었을 아픔을 조금이나마 가늠케 한다. 가해자들은 가해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가는데, 피해자는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새삼 인식하게도 한다.

책은 왕따 피해자 10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4월 유튜브에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상 ‘왕따였던 어른들’에서 못다 다룬 대담 내용을 품고 있다. 대담 참여자들은 왕따일 때 점심시간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보냈다는 이야기, 괴롭히던 아이들을 옥상에서 하나씩 밀어 떨어뜨리며 웃는 꿈을 반복해서 꿨는데, 그 꿈을 너무 깨기 싫었다는 사연 등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더 아리다. 표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세상에 착한 일진이 어디 있어요? 일진이면 일진이고, 좋은 애면 좋은 애지.” 때린 사람은 발 쭉 뻗고 자는 시대, 책은 다시 한번 왕따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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