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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올 시점을 계속 넘기고 있다. 너무 가면 오기 힘들다. 여당에서 ‘조국 사태’ 초기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건 내부분열에 대한 강박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식처럼 얘기하는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공론의 장을 단칼에 정리하고 있다. 집권당의 왕성한 논쟁이 순기능으로 작용하지 않고 당·청 갈등으로 공멸한다는 주장이 여당 분위기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교훈을 잘못 짚고 있는 것 같다. 당시의 실패는 내부분열 자체가 아니라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편가르기에 몰두한 점에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신생여당 열린우리당은 49석에서 152석으로 과반의석을 점하는 경이로운 압승을 거뒀다. 이후 4대 개혁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점점 민생과 동떨어진 이념·노선 투쟁에 끊임없이 빨려 들어갔다.

과격한 주장에 ‘탈레반 3인방’이란 별명이 나오는가 하면, 당헌·당규 투쟁에 멱살잡이가 난무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동료 의원에게 “당을 떠나라”는 삿대질과 욕설이 오갔다. 천금 같은 정치적 환경을 그렇게 허비하고 말았다. 이때와 달리 조국 사태는 자녀 교육을 비롯해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공정, 정의, 불평등 문제가 본질이다. 지금이야말로 128명 의원들이 민심이반을 달랠 지혜를 경쟁적으로 모아야 할 때다.

여전히 정치구호만 남발한다는 점에서도 열린우리당 교훈을 되새긴다며 침묵하는 여당의 핑계를 이해하긴 어렵다. 조국 논란에 왜 갑자기 검찰개혁을 갖다 붙이고 검찰개혁을 왜 조국만이 해야 하는지 상식을 가진 국민은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2년여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진행된 적폐청산 수사 때 과잉수사나 피의사실 공표,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한 여권 인사가 있었던가. 서초동 집회에선 “정경심 사랑해요”까지 등장했다. 이쯤 되면 막무가내 검찰개혁 구호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피로감만 증가하게 된다.

조국 사태를 지켜본 국민이 무엇보다 실망한 건 위선이나 ‘내로남불’ 행태다.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입법 과제 중 하나는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이었다. ‘친일파 청산’을 화두로 내건 정점에서 여당 대표 신기남 의원의 부친이 일본군 헌병 오장(부사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사퇴하는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졌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권인사들이 계속 튀어나왔다. 과거사 청산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하지 못하자 국민 공감을 얻지 못했고 희화화돼 허물어진 것이었다.

지금 여당이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대목은 각지의 민주당 지지층이 주변의 추궁에 입을 닫고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 지지층이 결집하고는 있다지만 민주개혁진영 전체로 보면 이탈하는 진보의 분파가 늘고 있음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많은 사람들은 조국 사태를 통해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연설을 냉소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난처해하는 광범위한 지지층의 상처를 방치하는 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여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목소리를 낼 타이밍은 아직 남아있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검찰개혁방안이 조기 시행돼선 안될 것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사법개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연말까지 조 장관을 고수할 경우 총선국면에 들어갈 연초부터 조국 사태 후유증을 안고 가야 한다. 위기일수록 판단의 기준점은 중간지대 보통사람들이어야 한다. 핵심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걸수록 결국은 중도가 키를 쥐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중도보수층이 입을 닫고 집에 들어간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 지금 말을 안하는 국민은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석원 정치부 차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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