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에게는 조국ㆍ정경심만 중요… 개인 희생 당연시하면 파시즘”
성재호 KBS 사회부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은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차장 인터뷰 논란에 반발해 10일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 부장은 김 차장 인터뷰를 취재ㆍ보도한 KBS 법조팀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8일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방송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KBS 취재진이 김 차장과 인터뷰를 해놓고도 방송하지 않고 그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KBS 측은 김 차장과 지난달 10일 인터뷰 한 내용을 다음날 바로 보도했고, 검찰에 유출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KBS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일선 기자들은 반발했고, 성 부장은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 부장은 김 차장과 한 인터뷰 내용이 검찰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이날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정 교수와 관련한 의혹을 검찰에 사실 확인한 것뿐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자산 관리인의 피의사실 즉, ‘증거인멸’ 혐의를 검찰에 물은 게 아니다. 자산 관리인이 말한 장관 부인의 의혹을 검찰에 물은 것이다. 검찰에는 당시 우리 보도가 별반 새로울 게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MB(이명박 전 대통령) 집사에게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MB 집사의 의혹’이 아니라 ‘MB의 의혹’과 관련된 증언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수사 중인 검찰에 확인 시도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도 그랬다”고 덧붙였다.
성 부장은 KBS의 보도가 적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많은 사실관계가 더 드러났지만 당시 조 장관과 부인은 사모펀드 투자과정에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용 등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계속 주장해왔다”며 “그런데 인터뷰 과정에서 부인이 사전에 알았다는 정황 증언이 나온 거다. 이 얘기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성 부장은 의혹을 제기한 유 이사장에 대해 “그는 스스로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고, 자신의 진영을 위해 싸우며 방송한다”며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하는 저널리즘이라도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유 이사장에게는 오직 조 장관과 정 교수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진영 이익과 논리를 대변하는 언론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산 관리인이 정 교수 때문에 ‘증거인멸’의 범죄자로 떨어질 위기에 몰려 있다는 사실은 유 이사장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며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시대정신을 앞세우면 그건 언제든 파시즘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 부장은 “나는 이제 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성 부장의 입장문과 보직 사퇴가 관심을 모았다. SNS에서는 “공영방송을 믿고 찾아와 인터뷰한 취재원은 안중에 없고 현장 기자의 권리만 주장하네”(다****), “누가 더 편향됐는지. 유시민 이사장 말만 믿고 조사위 꾸리는 게 억울한지, 최성해 말만 믿고 수십만건 기사 낸 너희들은”(따****) 등 질책이 이어졌다. 반면, “숨 죽여왔던 소수의 중도들이 깨어나고 있다. 성 부장의 결단으로 더 많은 기자들이 독재파시즘을 드러내 보이는 이 정권에 대해서 성토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ca****), “정권 눈치보지 말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언론인들이 많아져야 한다”(ss****) 등 의견도 나왔다.
KBS는 관련 조사위 구성 후 빠른 시일 안에 결과를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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