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규정 동의 절반 못 넘겨 중단
경기도의 공무직(무기계약직) 처우 개선안 추진이 일방통행식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채 좌초됐다. 도는 공무직의 노동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노동자들은 “밀어붙이기식의 정책 추진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도의 정책 추진 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10일 도에 따르면 ‘경기도 공무직원 등 관리 규정 개정안’이 대상 공무직 노동자(전체 1,135명)의 절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추진이 잠정 중단됐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노동자 관리 규정 개정 시에는 해당 노동자의 과반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도의 역점사업이 해당 노동자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도를 향한 비판론이 불거지고 있다. 공무직 노동자 노조인 ‘공공연대노동조합 경기도청 지회(이하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경기도의 이번 개정 추진은 일방적이었고 조급했다”고 성토했다.
먼저 개정안이 독단적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도 없이 개정안이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뒤따른다. 도는 지난달 16일 노사 단체 교섭 자리에서 처음으로 개정안에 대해 공지를 한 뒤 바로 하루 뒤인 17일부터 20일까지 설명회를 진행했다. 동시에 20~30일은 동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불과 일주일도 안 돼 개정안 공지부터 동의서 제출요구까지 일사천리로 강행한 것이다. 더욱이 140페이지에 달하는 개정안 전문을 설명회 마지막 날인 20일이 돼서야 공개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장호근 노조 지회장은 “짧은 시간 안에 동의서 제출까지 요구해 당황스러웠다”며 “도의 일방통행식 추진으로 다수의 노동자들은 개정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향후에는 경기도가 표방하는 노동존중 원칙에 따라 그에 걸맞게 개정안 추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공무직원 등 관리 규정 개정안’에는 도 소속 공무직의 인사, 복무, 보수 등의 노동조건 개선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 관리 규정에는 없던 공무직의 승진이나 전보인사 제도를 신설하고, 입양휴가, 부모휴가, 자녀돌봄 휴가 등의 특별휴가 규정을 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정규직 공무원의 복종 의무 규정을 공무직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품위유지의 의무 등 복무 강화 규정도 신설돼 노동 조건상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도 관계자는 “설명회 자리에서 개정안 내용에 대해 충분히 알렸다”며 “해당 노동자들의 반대로 중단된 만큼 향후에는 재정비된 개선안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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