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북동부 해안이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다. 브라질 정부가 출처로 베네수엘라를 지목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경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초 브라질 북동부 9개주 130여개 해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량의 기름이 발견돼 당국이 한 달 넘게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히카르두 살레스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브라질 해안선 근처에서 외국 선박이 ‘실수든 아니든’ 기름(원유)을 누출했다”면서 “(이 기름이) 베네수엘라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발표했다. 그는 “해안과 해변에서 원유 100톤 이상이 이미 수거됐으며 지금도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원유가 자국에서 생산되거나 브라질 유조선에 의해 운반됐을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누군가 갖다 버린 것 같다. 이는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거도 없이 다른 나라를 탓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는데 정부가 이날 베네수엘라를 출처로 지목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나,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오랫동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판해왔으며 그를 축출하려는 우파 단체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름에 뒤덮여 죽은 거북이와 돌고래 사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브라질 세르지피 주는 지난주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지역 공무원들은 주민들에게 해변 근처로 가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 같은 사건은 브라질이 아마존 열대 우림 화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제적 지탄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개발을 지지하면서 브라질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리나 실바 전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남은 원유를) 모두 제거하려면 10~20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정부가) 환경 단체를 옥죄는 대신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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