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왜승모도 겪으셔서 높아심에 적습니다. 괴자번호의 숫자가 한쪽으로 취중되면 눈에 뛰므로 문안한 조합으로 바꾸세요.” 인터넷 게시글의 일부인데, 누리꾼들이 잘못 적는 맞춤법 보기를 섞어 넣어 웃자고 쓴 글이다. 처음 보아서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저희 외숙모도 겪으셔서 노파심에 적습니다. 계좌번호의 숫자가 한쪽으로 치중되면 눈에 띄므로 무난한 조합으로 바꾸세요’가 바른 표기다.
맞춤법에 어긋나게 적은 표현을 보면 ‘눈에 띄다’는 고유어지만 나머지는 한자어거나 한자어 어근이 포함된 말이다. ‘지나칠 정도로 남의 일을 걱정하는 마음’의 뜻인 ‘노파심(老婆心)’은 본뜻이 ‘늙은 여자의 마음’이라는 말인데, ‘노파’라는 말을 잘 안 쓰다 보니 사전을 찾지 않으면 뜻을 알기 어렵다. ‘치중되다’의 ‘치중(置重)’은 ‘어떠한 곳에 특히 중점을 둠’의 뜻으로 발음이 비슷하고 익숙한 ‘취중(醉中)’으로 잘못 적힌다. ‘무난(無難)하다’의 ‘무난’은 ‘어려움이 없다’는 뜻으로 ‘문안(問安)’과 발음이 같고 ‘문안’이 더 자주 쓰이는 말이라서 ‘문안한 조합’처럼 쓰는 사람이 생겼다.
‘영어 진짜 어의없는 거 틀림’, ‘개혁안 내놓으라 하는데 콧방귀네 어의없다’와 같이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잘못 적는 누리꾼도 흔히 보인다. 정확한 맞춤법을 중시하는 기성세대들에게는 정말 어이없는 맞춤법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실수는 기본적으로 개별 어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다. 그러나 다수 보기가 한자어와 관련된 점에서 한자에 대한 지식 부족이 더 결정적이라고 하겠다. 한자를 자세히 배울 여유가 거의 없고 일상 언어생활에서 쓸 기회도 없는 언어 환경에서 앞으로 더 본격적으로 이런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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