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된 긴급보고체계… 사건 이후 시스템 개선도 안 해
군이 북한 목선 입항 사건 당시 전 부대에 긴급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긴급전달 시스템을 갖춰 놓고도 이를 활용하지 않아 군 스스로 ‘늑장보고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9일 국회 국방위 소속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육군은 북한 소형 목선이 입항한 6월 15일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사용하지 않아 예하부대로 상황 전파가 늦어졌고, 초동조치 부대의 출동도 지연됐다.
해경은 당시 최초 상황을 해군 1함대에만 전파했다. 담당 부대인 23사단은 최초 수신대상에서 빠졌다. 해경으로부터 상황을 전달 받은 해군 1함대는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이용해 육군 8군단과 23사단에 전달했다. 그러나 육군 23사단이 상황을 접수한 뒤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활용하지 않아 예하부대 상황 전파가 10분 정도 지연됐다.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활용했다면 사단 예하부대로 상황을 한번에 전달할 수 있었다.
합동참모본부 예규에 따르면 경계작전 시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이용해 모든 부대로 신속히 비상상황을 보고ㆍ전파해야 한다. 긴급상황과 수시상황에 쓸 수 있는데, 군은 북한 목선 입항 사건이 두 상황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초동조치 시스템과 관련 지침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문제는 초동조치 지연의 단초가 된 고속상황전파체계에 대한 정비가 사건 발생 이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이후 긴급상황전파체계 관련 예규에 대한 개선 내용이 있느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 “고속상황전파체계 관련 합참예규 변경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육군본부가 해당 지휘자ㆍ근무자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시스템을 갖춰놓고도 정작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신속한 상황전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고속상황전파쳬계 사용 의무화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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