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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청각장애인들의 귀 밝히는 KT ‘소리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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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청각장애인들의 귀 밝히는 KT ‘소리찾기’

입력
2019.10.13 20: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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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도움으로 난청 환자의 귀를 밝히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황창규(뒷줄 왼쪽 다섯번째) KT 회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달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동문회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T 제공
KT의 도움으로 난청 환자의 귀를 밝히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황창규(뒷줄 왼쪽 다섯번째) KT 회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달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동문회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T 제공

초등학교 4학년인 이다은(10)양은 밝고 쾌활한 성격 덕분에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3학년인 동생 이다경(9)양도 평소 남을 돕는 데 적극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어 장래희망으로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

티 없이 맑은 두 자매의 성격이 예전부터 적극적이고 밝은 건 아니었다. 선천성 난청을 갖고 태어나 보청기 재활을 했지만 들을 수 있는 소리에 한계가 있어, 또래를 만나면 위축되거나 불편해 하던 아이들이었다. 요즘엔 체육활동이나 음악활동도 적극적으로 즐기는 다은, 다경 자매의 삶은 2012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매는 2012년부터 KT의 지원으로 인공와우라는 장치를 삽입해 전기적 자극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을 받았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데시벨 이하의 청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다은이는 2012년 당시 왼쪽 귀만 기준에 해당돼 한 쪽 수술을 먼저 받고, 2015년 오른쪽 귀 청력도 기준 이하로 낮아져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갓난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는 것처럼 진행하는 언어치료를 끝낸 다은이는 매사에 소극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자신감 넘치는 학생이 됐다. 비슷한 청력 장애를 갖고 있었던 다경이도 2013년과 2016년 각각 우측과 좌측 인공와우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인공와우 수술은 KT가 소리를 전달하는 통신의 본질을 살려 청각장애 아동들을 지원하기 위해 2003년부터 운영 중인 사회공헌활동 ‘KT 소리찾기’ 중 하나다. 청각재활지원, 보청기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다 2010년부터 연세의료원과 손잡고 인공와우 수술, 뇌간 이식 등 필요한 수술도 지원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 김동현 선수를 포함해 지금까지 200여명이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고, 재활 치료 등까지 포함하면 1만여명이 지원을 받았다.

사업 10년째를 맞은 2012년 KT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부에 있던 기존 청각재활센터를 새단장하고, 청각ㆍ언어 수업 등을 제공하는 전문적인 재활치료 공간 ‘KT 꿈품교실’을 신축했다. 난청 아동들이 소그룹으로 재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올해 사회공헌활동은 ‘KT-세브란스 수어통역센터’ 설립으로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은 2013년부터 수어통역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는데, 올해 3월 KT와 함께 수어통역센터로 확대 개편하면서 전문 용어가 많은 의료분야 수어 통역에 특화된 전문 통역사 수를 늘렸다. 현재 수어통역센터에 소속돼 있는 통역사들은 세브란스를 찾는 청각장애인들이 더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귀의 날’(9월 9일)을 앞둔 지난 9월 6일에는 특별한 ‘홈커밍데이’가 열렸다. 지금까지 KT 소리찾기를 통해 소리를 선물 받은 이들과 그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동문회관에서 열린 홈커밍데이 행사에선 소리를 찾게 된 아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장수빈(21)씨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후 꿈품교실에서 재활로 미술 수업을 받다 재능을 발견해 생활미술학과로 대학 진학에 성공한 경험을, 김동현 선수는 장애를 극복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과정을 전했다. 청각 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클라리넷 연주팀 ‘사랑의 달팽이’의 축하 공연, 꿈품교실 참여 학생들이 직접 그린 미술작품 전시회까지, 지난 17년간 이어진 소리찾기의 의미를 더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지난 3월 2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국립의료원 프리엉동 병원에 KT가 청각장애아동 재활을 돕기 위해 개설한 꿈품교실에서 현지 언어치료사와 청각장애아동이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KT 제공
지난 3월 2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국립의료원 프리엉동 병원에 KT가 청각장애아동 재활을 돕기 위해 개설한 꿈품교실에서 현지 언어치료사와 청각장애아동이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KT 제공

KT의 소리 선물은 국경을 넘어 해외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재활, 진료, 수술 등을 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없었던 캄보디아에서 지난 3월 KT 꿈품교실이 문을 열었다. 캄보디아 프놈펜 국립의료원 프리엉동 병원에 자리 잡은 꿈품교실은 청각장애 아동의 재활치료와 사후관리 등을 맡게 됐다. KT는 꿈품교실의 운영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연세의료원의 언어치료사 교육을 제공해 현지 치료사도 육성하고 있다.

꿈품교실 개소를 위해 KT는 프리엉동 병원에 전용회선을 구축했다. 한국에 있는 의사가 현지 아동을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10명의 청각장애 아동들이 프리엉동 병원을 직접 방문한 연세의료원 교수들로부터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작년 10월 캄보디아 최초로 인공와우 수술을 집도했던 최재영 연세의료원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의 특성상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재활치료 과정이 꼭 필요한데 현지에 재활치료 공간이 만들어져 기쁘다”며 “KT와 연세의료원이 협력해 캄보디아 보건의료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어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정명곤 KT 지속가능경영담당 상무는 “소리찾기 사업은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KT의 대표 사회공헌활동”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국내외 청각장애인들이 소리찾기 사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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