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20회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 공식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선우, 박성현, 고진영, 김하늘, 최혜진.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는 특별한 전통이 있다. 바로 우승자가 트로피를 가득 채운 맥주를 마시는 것. 하지만 올해부터 그 오래된 전통이 깨질 듯하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된 세계랭킹 1, 2위 고진영(24ㆍ하이트진로), 박성현(26ㆍ솔레어)이 맥주에 소주를 탄 ‘소맥’을 마시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10일부터 나흘간 경기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ㆍ6,737야드)에서 K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이 개최된다. 메이저 대회답게 지난주 하나금융챔피언십 우승으로 ‘잭팟’을 터트린 장하나(27ㆍBC카드), 시즌 4승으로 201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고 있는 최혜진(20ㆍ롯데) 등 KLPGA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하지만 골프팬들의 눈은 고진영과 박성현에 쏠릴 수밖에 없다. 메이저 2승 포함 LPGA 투어 시즌 4승을 거둔 고진영과 시즌 2승으로 여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남달라’ 박성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1, 2위의 국내 동반 출전은 드문 일로, 두 선수가 함께 국내 대회에 출전하는 건 2017년 이 대회 이후 2년 만이다.

고진영과 박성현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듯 9일 열린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성현이 선공에 나섰다. 그는 “맥주 마시는 모습은 많이 봐왔다. 그런데 우승하고 소주를 마신 선수는 없었지 않냐”면서 “내가 한 번 해보겠다. 우승하면 맥주에 소주를 탄 ‘소맥’을 마시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고진영도 지지 않았다. 고진영은 “나도 소맥을 좋아한다”며 “(박)성현 언니가 소맥을 마신다고 하니 나도 우승하면 소맥을 마시겠다”며 맞받았다.

그린 위에선 라이벌 관계인 두 선수지만, 오랜만에 함께 고국에서 경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지 기자회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고진영은 "한국에서 같이 뛸 때는 자주 경기를 치렀지만, 이렇게 다시 한국에서 같이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박성현도 "신기하고 멋진 일”이라며 “미국에서도 세계 1, 2위를 하는데 우리 팬들에게 같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분이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최혜진도 선배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처음 갤러리로 구경 왔던 대회가 이 대회인데, 여기서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강해졌다"면서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우승하면 쓰러질 때까지 맥주를 마시겠다"고 선배들 못지 않은 우승 열망을 드러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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