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왼쪽),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문학과 미술은 전혀 다른 장르의 예술이지만, 때로 서로에게 둘도 없는 영감의 원천일 수 있다. 예술을 또 다른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위의 감상이다.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은 소설가들의 가장 적극적인 미술 감상을 엮은 결과물이다.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는 미술과 문학의 컬래버로 탄생한 프로젝트 단편집이다. 미국의 작가 로런스 블록은 몇 년 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쓰인 단편소설집을 기획했다.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등 걸출한 작가들이 동참한 이 프로젝트는 2016년 ‘빛 혹은 그림자: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됐고 국내에도 2017년 번역됐다.

이후 2탄 격으로 나온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는 한 명의 화가가 아닌 참여 소설가들(오츠, 마이클 코넬리 등)이 자유롭게 택한 예술가의 작품을 토대로 태어났다. 고흐, 고갱, 르누아르, 마그리트, 달리 등 다양한 화가의 작품을 재료로 때로는 등장인물의 심리적 풍경을 대변하기도, 그림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기도 하면서 저마다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인다.

‘줄리언 반스의 미술산책’은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 줄리언 반스가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본 예술 에세이다. 제리코에서 들라쿠루아, 마네, 세잔을 거쳐 마그리트와 올든버그, 하워드 호지킨까지 낭만주의부터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그림 17점이 이야기 17편으로 다시 태어났다. 미술사학자나 미술비평가들의 감상과는 달리, 반스는 철저히 소설가의 입장에서 작품의 배경이 된 사건과 그림의 탄생 과정, 이를 거쳐간 손길과 화가의 삶과 다른 이들의 감상을 한데 엮어낸다.

반스에 따르면 세잔은 “이룰 수 없는 것의 끝”까지 가고자 했던 인물이며, 드가는 “여자의 은밀한 모양을 품위 없게 그리는 일”에 주력했으며, 보나르는 “사랑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랑”하는 바람에 한 여인의 그림을 385점이나 그렸다. 그림 구석구석에 숨겨진 이야기를 살펴보고 그림 너머의 풍경까지 불러내는 거장의 솜씨에, 미술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기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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