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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콘텐츠 제작사에 편성 내 준 지상파… 윈윈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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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콘텐츠 제작사에 편성 내 준 지상파… 윈윈 가능할까

입력
2019.10.10 04:40
수정
2019.10.10 15: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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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슬롯 '스튜디오 D'에 편성 예정인 ‘주x말의 영화’(왼쪽)와 ‘연애미수’. MBC 제공
MBC 슬롯 '스튜디오 D'에 편성 예정인 ‘주x말의 영화’(왼쪽)와 ‘연애미수’. MBC 제공

힙합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딩고 프리스타일에는 지난달 25일 뜬금없는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웹툰 작가 이말년과 주호민이 부르는 노래였다. 음정과 박자, 표정까지 모두 어설픈데도 9일 기준 조회수 226만건을 돌파했다. 그간 딩고 프리스타일의 출연자 대부분이 유명 힙합 가수였기에, 채널 구독자에겐 무척 낯설 수밖에 없었다. 영상을 둘러싼 의문은 며칠 뒤 풀렸다. MBC에서 20일 오전 12시 45분에 첫 방송하는 ‘주x말의 영화(침착한 주말2)’ 홍보 영상이었다. 딩고 프리스타일이 영상 제작과 편집을 담당하고, MBC가 투자를 했다.

디지털 제작사가 온라인을 넘어 지상파 방송 편성까지 넘보고 있다. MBC는 딩고 프리스타일뿐만 아니라 온라인 광고 제작업체 돌고래 유괴단, 웹드라마 제작사 와이낫미디어와 손을 잡았다. 비용 절감을 고심하는 지상파 방송사가 기존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용이 저렴한 온라인 콘텐츠를 편성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온라인 콘텐츠 편성은 이례적이다. MBC는 ‘침착한 주말2’를 시작으로 다음달 2일 오전 12시 50분 와이낫미디어의 웹드라마 ‘연애미수’를 선보인다. ‘스튜디오 D’로 이름 지어진 이 시간대를 디지털 제작사 영상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연애미수’는 웹드라마 최초로 총 조회수 1억건을 돌파한 ‘전지적 짝사랑 시점’의 스핀오프(번외편)다. 과거에도 온라인 콘텐츠가 방송된 적은 있지만, 대다수는 방송사가 자체 제작한 것이거나 TV 외주제작사 작품이었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이력이 없는 디지털 제작사의 콘텐츠가 지상파 방송에 편성된 사례는 2015년 KBS2 ‘웹드라마 스페셜’을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

MBC는 프로그램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공동 기획 및 투자와 홍보, 편성을 담당한다. 디지털 제작사에게 온라인뿐만 아니라 TV판 편집 권한까지 일임했다. 담당 부서는 프로그램 제작을 맡는 드라마본부나 예능본부가 아닌 콘텐츠프로모션부 등 비제작부서다. 대신 기존 TV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는 훨씬 저렴하다. 통상 웹드라마는 회당 제작비가 수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관계자는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콘텐츠 편성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도 또 다른 디지털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와 웹드라마 제작을 준비하는 등 ‘스튜디오 D’는 상설로 편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제작사 입장에선 당장 큰 수익은 없다. 온라인 콘텐츠 권리 대부분은 MBC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와 자사 온라인 플랫폼 방영권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는 셈이다. 디지털 제작사는 오프라인 플랫폼 확장을 협업 이유로 꼽는다. 온라인 채널만으로는 영상 유통에 한계가 있어서다. 딩고 프리스타일의 관계자는 “기성 미디어가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제작사도 마찬가지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새 영역에) 출사표를 던진 셈”이라고 밝혔다. 와이낫미디어의 관계자도 “여러 스크린으로 지적재산권을 확대하려는 와중에 좋은 협력사를 만났다”고 말했다.

방송사와 디지털 제작사의 상생은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 종합편성(종편)채널 JTBC는 8월 플레이리스트가 제작한 ‘인서울-내가 독립하는 유일한 방법’을 편성하기도 했다. 다만 심야시간인 월요일 오전 12시 20분에 방송되며 시청률은 0%대에 머물렀다. 지상파 방송사 중에선 KBS가 2014년 ‘간서치열전’을 제작하는 등 웹드라마에 적극 뛰어들었으나, 편성된 작품은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7월 발표된 ‘비상경영계획 2019’에 따르면 KBS는 비용 문제로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축소할 예정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 내용이 온라인과 TV 사이에 절충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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