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이달 말 본회의 상정 가능” 야 “내년 초”… 국회의장 직권상정 땐 또다시 충돌 
이인영(오른쪽부터 반시계방향)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3당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의도 정치 실종’이란 비판이 거세지자 여야가 모처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타 있는 법안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으나,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될 조짐이 벌써 엿보이고 있다. 사법개혁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시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말 가능하다고 판단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내년 초라며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직권상정 권한을 가진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달 말에라도 본회의 표결을 강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패스트트랙 충돌’이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ㆍ나경원 자유한국당ㆍ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에 계류돼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ㆍ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에 대한 논의를 내주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각 당 원내대표와 의원 1명으로 구성된 ‘3+3 회의’를 통해서다. 검찰개혁안 소관 상임위인 사법개혁특별위의 활동이 지난 8월 31일 종료된 뒤에도 한달여 간 아무 움직임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변화다.

같은 날 문희상 의장과 여야 5당 대표는 ‘정치협상회의’를 구성해 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최근 국회가 ‘광장 정치’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국회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저작권 한국일보] 패스트트랙 법안 어떻게 처리되나- 송정근 기자/2019-10-08(한국일보)

그러나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사법개혁안 본회의 상정 시점을 두고 여야 해석이 완전히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최대 180일간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받은 뒤, 최대 90일 동안의 법제사법위 체계ㆍ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보내진다. 본회의 부의 뒤에는 60일 이내에서 의장이 상정할 수 있다. 문제는 사법개혁안의 경우 사개특위 활동 기한이 끝나면서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로 바뀌었는데, 법사위에서 심사 기간 180일을 채운 뒤 체계ㆍ자구심사 90일을 추가로 거쳐야 하는지를 두고 민주당은 어차피 같은 상임위인만큼 ‘필요없다’고 보는 반면 한국당은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어떤 해석에 문 의장이 힘을 싣느냐에 따라 패스트트랙 법안의 처리 시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민주당 주장처럼 법사위 체계ㆍ자구심사가 더 필요하지 않다고 결정한다면 사법개혁안은 이달 28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 경우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을 강행 처리할 때 ‘법안들을 같은 날 표결에 부친다’는 원칙을 세워둔 만큼, 선거법 개편안에 대한 법사위의 심사가 끝나는 내달 27일부터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당 주장대로라면 내년 1월 28일이 된다.

문 의장은 이미 선거제 개편안과는 별도로 사법개혁안을 이달 말 상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전날 초월회에서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의장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하게 상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장실 측은 “각 당 해석이 갈리고 전례도 없는 만큼 각계 목소리를 수렴해 신중히 상정 날짜를 결정할 것”이란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이달 말 가능하다는 의견이 더 많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 의장이 한국당의 반대에도 사법개혁안 표결을 강행하면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재현될 수 있다.

여야가 어렵게 본회의 처리 시점에 합의하더라도 구체적 내용에 대한 협상이 숙제로 남는다. 한국당은 사실상의 ‘옥상옥 조직’인 공수처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데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 수사 종결권 부여 같은 여당 측 각론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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