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공석으로 있던 주미대사관 정무공사에 문승현(55) 전 체코대사를 임명했다. 지금까지 주미대사관 정무공사는 외교부 국장급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단 나급 인사가 맡아왔는데 현직 대사를 보임한 건 이례적이다. 특히 문 대사는 미국 근무경험이 풍부한 미국통인데다 박근혜정부 때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지낸 인물이어서, 그만큼 현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앞두고 대미 외교 강화가 절실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문 대사는 5일자로 주미대사관 정무공사에 부임했다. 정무공사는 대사관 서열 2위로 미 행정부와 의회, 싱크탱크를 두루 담당한다. 대사 부재 시 직무를 대행하는 대사대리이기도 한 중요 보직인데 지난 5월 한미정상 간 통화유출 파문으로 인한 인사조치 후 4개월 간 공석이었다.
문 대사는 외교부 내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부산 동래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22회에 합격해 입부했다. 문 대사는 주미대사관에서 2등서기관과 공사참사관으로 두 차례 근무했고, 외교부 북미1과장과 북미국심의관을 거쳐 2013년 북미국장을 역임했다. 2016년 10월 체코대사로 부임해 3년째 근무해왔다.
통상 주미대사관 정무공사는 외교부에서 국장을 지낸 인사들이 부임해왔다. 외교부는 문 대사가 현직 대사였던 점을 고려해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직급을 고위공무원단 가급(1급)으로 올려 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공사가 다른 공사들을 지위하는 ‘총괄공사’의 기능도 갖게 되면서 외교가에서는 “대미외교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대미 외교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인정받은 문 대사를 이수혁 주미대사 내정자가 일찌감치 점찍었다고 한다. 60일 넘게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이 늦어지고 있는 이수혁 내정자의 부임 절차는 무리없이 완료될 것으로 전해졌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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