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네덜란드와 영국 합작사 로열 더치셸이 입주해 있는 영국 런던 워털루역 인근 사우스뱅크 플레이스를 싱가포르 그룹 브라이트 루비에 매각하기로 한 8억 5,000만파운드(약 1조 2,480억원) 상당의 계약이 취소됐다. 이 건물의 주요 세입자인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가 기업공개(IPO) 연기에 이어 창업자 애덤 노이만의 사퇴를 발표한 직후의 일이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 로드앤테일러의 대표 점포인 뉴욕 맨해튼 5번가 매장은 지난해 위워크에 인수되면서 문을 닫았다. 뉴욕포스트 등 미 언론은 위워크가 수익성 악화로 본사 건물로 사용하려던 이 건물을 일부 공간만 쓰고 임대 운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의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요 도시들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위워크는 상업용 대형 빌딩의 몇 개 층을 한꺼번에 임차해 재임대하는 사업으로 빌딩 임대사업자들에게는 공실률을 줄여 주는 효자 임차인이었다. 하지만 위워크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건물주들이 불확실성을 떠안게 됐다는 이야기다.
FT는 부동산 업체 코스타의 데이터를 인용해 위워크가 뉴욕에서 71만 5,400㎡, 런던에서 38만 900㎡를 임대 중으로, 개별 세입자로는 이들 도시의 최대 임차인이라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인도 방갈로르, 중국 상하이(上海) 등에서도 상당한 규모를 임차해 왔다. 또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 위워크는 런던뿐 아니라 버밍엄과 맨체스터, 에든버러, 케임브리지까지 진출해 전국적으로 60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세계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위워크의 새 임차 계약 둔화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FT의 전망이다. 미 필라델피아 센트럴스퀘어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알렉스 스나이더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골리앗이 임대를 멈추면서 시장의 의미 있는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부동산 소유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위워크의 신용 등급을 CCC+로 두 단계 낮춘 가운데, 위워크가 입주해 있는 런던의 한 대형 건물주는 FT에 익명을 전제로 “위워크와 임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위워크 새 경영진의 활동이 검증되기 전까지 이들과 어떤 일이든 함께 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워크의 기업 가치 하락 배경으로는 공격적인 확장이 주로 거론된다. 건물주와 장기 임대 계약을 하고, 단기로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지점을 늘렸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공실을 그대로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위워크의 경영 부실과 공유 오피스 사업모델의 전망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투자업체인 세빌스의 맷 오클리 리서치 디렉터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위워크의 위축을 공유오피스 사업 모델 전반의 부실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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