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괌 여행까지 데려가 잡무… 동양대 PC 등 증거인멸 때도 불러 “유명인 고객 거절 못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어떻게 하다가 구속영장이 거론되는 위기에까지 내몰린 것일까. 검찰 안팎에선 조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이었던 김모(37)씨를 지목한다.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족이 아니라 김씨를 하드디스크 교체에 끌어들인 것부터가 잘못 꿰진 단추라는 것이다. 김씨를 집사처럼 부리면서 온갖 잡무를 다 시킨 ‘정경심의 갑질’이 결국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투자증권의 프라이빗뱅커(PB)였던 김씨는 2014년부터 조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관리해야 할 자산 규모가 크진 않지만 그 때 이미 조 장관은 유명인이어서 회사 측은 조 장관의 자산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김씨 역시 조 장관 가족이 불만을 제기할까 봐 늘 조심스럽게 대했다.
처음에는 업무적 관계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 교수는 김씨에게 PB 업무 이외의 사적인 일을 시키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절하기 어려웠던 김씨는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 중 하나가 괌 여행이었다. 정 교수와 두 아이가 괌 여행을 가게 됐는데, 김씨는 여기에 동행했다. 김씨는 운전을 하거나 짐을 나르는 등의 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휴일이나 이른 아침에도 정 교수의 호출에 늘 응해야 했다.
검찰은 이 같은 갑을 관계가 증거인멸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정 교수가 동양대 PC를 숨기러 갈 때도 정 교수는 당일 아침 “급한 일이다. 오늘 같이 영주에 내려갈 수 있냐”고 전화했다. 주말이라 선약이 있던 김씨였지만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정 교수를 자기 차에 태우고 영주로 내려갔다. 이날 김씨의 지인은 김씨에게 문자를 보내 ‘어디 있느냐’ ‘거기서 뭐하느냐’고 물었는데, 김씨는 ‘뭐 좀 치울 게 있어서 지방에 내려와 있다’고 답했다.
앞서 8월28일 정 교수가 자신의 집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때도 아들 대신 김씨를 불러다 시켰다. 정 교수는 변호인단이 주재한 검찰 수사 대책회의에도 김씨를 참석시켰다. 회의가 길어지면 조 장관과 아들이 먹을 설렁탕 등 저녁 식사를 김씨에게 배달시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9월 6일 아침에도 정 교수는 김씨에게 전화해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 있으니 내가 맡겼던 가방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가방에는 검찰이 핵심 물증으로 보고 추적했던 정 교수의 노트북, 그리고 휴대전화 공기계가 들어 있었다. 김씨는 호텔로비에서 유심 칩 클립을 구해왔고, 정 교수는 그걸 휴대전화 공기계에다 넣고 조 장관에게 전화해 “내가 안고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의 이런 언행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정 교수에게 돌아왔다. 하드디스크 교체 등의 행위를 정 교수 본인, 혹은 가족이 했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 형법은 자신의 범죄나 친족의 범죄를 숨기는 행위를 일종의 자기방어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족이 아닌 김씨를 통해 증거인멸을 했기 때문에 김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정 교수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각각 입건됐다.
PB에 불과했던 김씨가 업무와 무관하게 동양대에 내려간 경위나, 그곳에서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등은 모두 정 교수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PB가 왜 이런 일까지 했느냐’는 질문에 “유명인인 고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계약관계가 끝나면 회사에서도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결국 밥벌이에도 직결되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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