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역동적 경제’를 거듭 강조하며 민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특히 여느 때보다도 지시가 구체적이었다. 기업들의 요구가 큰 일련의 규제 완화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대 국회 설득 강화를 주문하는 한편, 입법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국내ㆍ외 경제 환경이 여의치 않은데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정국에서 발을 빼지 못할 경우 국정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특별히 역점 두고 신성장 동력 창출과 경제 활력 제고에 매진하고 있다”고 ‘역동적 경제’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무역 갈등 심화와 세계 경기 하강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4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모두발언 동안 문 대통령은 ‘역동적 경제’를 4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비중을 뒀다. 먼저 공정경제 생태계 추진은 “경제 역동성을 위한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포용성 강화는 “지속가능한 역동적 경제로 나가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 “역동적 경제로 가려면 무엇보다 민간에 활력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경제 활력 제고 3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강조하면서도,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정부 차원의 해법 마련을 내각에 지시했다. 여야의 논의만을 마냥 기다리진 않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주52시간제가) 내년도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며 “정부가 시행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대책을 미리 모색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역동적 경제’를 앞세우는 것은 국정의 초점을 서둘러 민생ㆍ경제로 옮겨와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 경제가 처한 대내ㆍ외 경제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선제적 규제 완화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규제 혁신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며 가명 처리한 개인정보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ㆍ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관련 대책 마련도 지시했다. 특히 “하위 법령의 우선 정비, 적극적 유권해석과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실질적 효과를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한다”고 구체적 방법론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대처해 왔다”며 “더욱 속도를 내 주기 바란다. 기업에 대한 재정 세제 금융 지원에도 전방위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며칠 후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 100일이 넘어간다.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대응, 여기에 국민의 호응까지 한데 모여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대처해 왔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도전의 기회로 만들어 우리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면 우리 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재ㆍ부품ㆍ장비 특별법이 신속한 국회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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