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18일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9월 회의를 열고, 최근 보도된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논의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인 이민규 위원장과 김혜원(민음사 편집부장) 신성현(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 수석부장) 우재욱(변호사) 이은기(연세대 사회학과) 조희정(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최광범(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 편집장) 위원, 간사인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충재 수석논설위원이 참석했다. 참석자 발언을 순서대로 전달하는 대신 논의가 집중됐던 ‘조국 이슈’에 대한 평가를 먼저 소개한 뒤, 다른 이슈에 대한 지적은 별도로 정리했다.

<조국 관련 이슈>

이민규 위원장: 지난 한 달 한국일보 지면은 ‘조국으로 시작해서 조국으로 마무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관련 보도 가운데 8월 19일 월요일 1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 보도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실체적 도덕성 검증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이 보도는 348회 이달의 취재보도 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그 보도의 수월성을 입증하였다. 이로써 한국일보는 올 들어 5번째 수상과 지난 5월 이혜미 김혜영 기자의 ‘지옥고 아래 쪽방’ 수상 이후 연속 4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김혜원: [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기획물을 잘 보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기획이고 이 기획 기사 자체는 균형적인 시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획 기사 이전, 한국일보 보도가 양쪽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중도층이 판단할 수 있게 했는지 의문이다.

신성현: 조국으로 시작해서 조국으로 끝나는 상황이다. 하루에 4, 5개 지면에 관련 기사가 나온다. 9월11일자부터 [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기획을 시작했는데, 조국 사태의 반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하게 정리한, 좋은 기사였다. 8월26일자 5면 [진보진영까지 “인권전문가 맞나”… ‘조국 정책’에도 의구심] 기사는 조 후보자의 인권 정책이 인권 개선과 보호 측면에서 미비하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의혹이 아닌 장관 후보자의 정책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다.

우재욱: 한국일보가 조 장관 딸의 장학금 관련 의혹을 단독 보도한 이후 검증 기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렇듯 검증 기사의 물꼬를 텄음에도 한국일보는 이후 기사와 논조에서 냉정을 잃지 않았다. 비교적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8월 28일자 3면 [조국 구출 방탄용 수사인가, 윤석열 표 성역 없는 수사인가]가 사안의 핵심과 쟁점을 쉽고 명쾌하게 잘 정리했다. 다만 논거를 들면서 조국 당시 후보자 자택과 사무실은 압수 수색에서 제외됐다는 ‘팩트’를 빠뜨렸다.

이은기: 조국 보도가 너무 많았다. 1면에 조국 보도가 없었던 날이 2일밖에 안 된다. 피로감이 들었다. 다른 장관 후보자 검증은 물론이고 한국일보 특유의 신선하고 깊이 있는 기획 기사, 중요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보기 어려웠다. 아쉬움이 컸다. 후보자 자녀 문제가 촉발되면서 주목 받은 집단이 2030세대 청년층이다. 여러 학교 시위대의 분노에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2030세대의 반발이 마치 단일한 목소리처럼 비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명문대 학생들은 공정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들(명문대 학생들)의 위치도 불공정일 수 있다.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의 집회가 과연 2030세대 전체의 분노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나. 그렇게 보도해도 되나. 가려진 목소리들이 있다. 결의 차이까지도 섬세히 다뤘으면 좋겠다.

조희정: 한국일보 특종 이후, 조국 사태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 매일 배달되는 신문을 보면서 세어보았다. 어느 날은 7개 지면에 나온 날도 있었다. [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기획은 너무 좋았다. 그런데 청문회 부분은 너무 짧게 다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문회 자체에 대한 이야기, 우리 사회에 청문회 제도가 과연 적절한 제도인지, 청문회 제도가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더 비중 있게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최광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하고 싶다. 9월12일자 1면 [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시대 소명 끝난 586세대]에서 조국 관련 보도를 비롯해서 한국일보가 일부 기사에서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586, 386 세대’를 이렇게 난도질해도 되나 생각이 든다. 정치권을 비롯해 특정 집단의 일부의 일 아닌가? 대부분의 선량한 이 세대들을 죄인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일반 평가>

김혜원: 8월31일자 15면 [조선왕실의 취향] 등 역사문화 쪽으로 좋은 기획이 시작되었다. 재미있게 봤다. 그간 나온 조선왕실 궁중 암투가 아니라 왕실 인물들의 취미와 관심에 포커스를 맞췄다. 8월31일자 1면 [독거노인 마음 돌보는 AI로봇] 기사는 독거노인 마음 돌보는 AI로봇ㆍ스피커 기사다. 로봇과 생활하면서 독거노인들의 우울감이 줄어들고 식사와 복약을 제때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외로움이라는 숙제를 풀어줄 대상으로 순기능을 하는 AI를 잘 짚어준 기사다. AI와 인간의 교감을 잘 보여줬다.

신성현: 8월 22일자 14면, 15면 [뷰엔: 산으로 간 태양광, 빛나간 친환경]은 태양광 발전 난립 문제를 2개 지면에 걸쳐서 잘 보여줬다. 농지, 임야, 염전 등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의 환경 파괴 내용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뷰엔]의 의도와도 잘 맞는다. 그런데 8월26일자 19면 [8300개 모듈이 인공섬처럼]은 이전 기사와 대비되어, 독자 입장에서 혼란스러웠다. 8월28일자 5면 [‘지소미아 종료’ 美 전문가 3인의 진단]은 청와대 설명과 달리 미국이 화가 나 있고 회의적이며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내용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 발표로만 해당 현상 및 이슈를 이해하는 것보다, 다른 측면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인터뷰였다. 8월30일자 1면, 10면에 514조원으로 편성된 2020 예산안 기사가 나갔다. 그래프나 표 형태로 주요 사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각 분야별로 사업 단위가 많고, 그 사업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반향도 크기에 예산안 편성 부분을 보다 자세하게 기사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재욱: 8월28일자 1면, 8면 [예산 깎이자 장애인부터 감원한 금감원] 기사는 장애인 고용의 열악한 현실을 금감원 내부 사정과 계약서, 공문 등의 내부 자료를 근거로 잘 파헤친 좋은 기사였다. 8월29일자 29면 [한국만평]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불균형 문제를 다뤘는데, 그날 지면에는 관련 기사가 없었다. 9월16일자 29면 [한국만평]도 조합장선거를 다뤘지만 그날 기사에는 그 내용이 없었다. 만평만으로는 무슨 맥락인지 알 수가 없었다. 9월10일자 27면 [무너진 800만… 프로야구 흥행 반전은 없었다] 기사는 프로야구 관중이 지난해 비해 8%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고 그라운드가 방수포로 덮여있는 수원 구장의 텅 빈 모습 사진을 실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기사와 사진이 잘 매치된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일종의 은유적 사진을 잘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은기: 8월20일자 1면, 8면 [로힝야 사태 2년 마르지 않는 눈물]이 돋보였다. 이 기사로 로힝야 난민 사태를 처음 알게 됐다. 8월30일자 24면 [영화 ‘우리집’ 윤가은 감독]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은 두 여성감독 인터뷰 기사를 나란히 배치했다. 아주 좋았다.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같이 진행된 인터뷰도 아닌데 나란히 배치했다. 요새 가장 주목 받는 여성감독이다. 두 감독 모두 여성 어린이, 여성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든 두 감독을 같이 보여줘서, 전달하려는 것들이 더 풍부하게 전해졌다.

9월7일자 1면 [바람ㆍ여자ㆍ돌, 그리고 쓰레기], 11면 [제주도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은 제주도 쓰레기 문제를 다뤘다. 그런데 쓰레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정책이나 환경에 대한 지적은 짧았다. 독자들에게 ‘문제가 심각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 뭐가 문제구나. , ‘어떻게 해야 하지?’까지 고민할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았을까.

조희정: 9월7일자 21면 [여론 속의 여론: 누가 어떤 이유로 日 불매운동에 나서는가]는 한일 갈등 상황에서 적절하게 다뤄진 기사였다. 이런 식의 분석 기사가 깊이 있게 더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일보는 디지털 쪽의 좋은 기사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대표 사례가 [문재인 정부 2기 개각: 인사청문회 전문으로 보는 후보자별 ‘정책과 의혹’ 검증]이다. 공을 많이 들인 디자인이고 기사다. 눈에도 띈다. 인터랙티브 뉴스로 보면 보기에도 편하다. 지면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다룰 수 있다. 그런데 댓글이 별로 없다. 이런 기사들이 그냥 묻히는 것은 좀 아깝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8월31일자 21면 [3년여간 2500만건 이용… 공공 자전거 따릉이의 질주] 기사는 한국일보가 서울 위주 보도를 한다는 느낌을 준다. ‘따릉이’는 서울에만 있지만, 공공 자전거는 다른 명칭으로 다른 지역에도 있다. 전국 단위의 포용적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최광범: 외부칼럼 두 편이 특히 좋았다. 9월 9일자 30면 [손호철의 사색: 탈지구화와 글로벌 치킨게임]은 언론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식인들이 좁은 편견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예측하는 과정의 오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같은 날 6면 [임지현 서강대 교수 기고: 사소한 정의 외면했던 과거의 그늘… 부끄러움 알아야 좌파다] 역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성찰해보도록 하는 글이었다. 우리 언론들이 조국 장관 이슈를 ‘586 세대론’이나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단순화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추석 관련 기사와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9월16일자 13면 [“차례는 설날만… 추석엔 조상님도 쉬세요”] 위험한 제목 아닌가. 제목도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9월 12일자 2면 [“가부장적 추석은 가라!”… 며느리끼리 ‘브런치 수다’, 청년끼리 ‘웃음명상’]도 마찬가지다. 추석에 부모님을 찾아 뵙고 성묘를 하는 전통을 부정적으로만 인식시킬 염려가 있다. 오피니언 외부 필진 칼럼 내용의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8월 27일자 31면 최창렬 [아침을 열며: ‘조국 리스크’ 대처법] ‘브라질 학자 오도넬’이라고 되어 있다. 오도넬은 아르헨티나 사람이다.

이민규 위원장: 정국이 파행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특이한 현상을 보도했다. 9월16일자 1면 [“미래 불안해 한국 떠난다” 투자이민 러시], 9월18일자 1면 [‘싱가포르 이민 노크’ 부자들이 줄섰다]이다. 타 언론에서는 볼 수 없다. 이런 문제는 조금 신중하게 보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용을 거의 보도자료에 의존한 듯한 기사도 일부 눈에 띈다. 광고와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다. 기자가 기사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조철환 뉴스3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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