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온 배우 티모테 샬라메
배우 티모테 샬라메가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영화 ‘더 킹: 헨리 5세’ 기자회견에서 손하트를 하고 있다. 부산=뉴스1

“배우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비는 게 어린 시절 꿈이었어요. 영화 ‘더 킹: 헨리 5세’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이렇게 부산에도 오게 됐으니 드디어 꿈을 이뤘네요.”

할리우드 스타 티모테 샬라메(24)가 첫 한국 나들이에 “이렇게 큰 환대를 받을 줄 몰랐다”며 한껏 들떴다. 샬라메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더 킹: 헨리 5세'를 소개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유명 중견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8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샬라메는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열혈 팬이고 어릴 때 2002년 한일월드컵을 봤던 기억도 있다”며 “오래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고 한국에 친근감을 표했다.

샬라메는 최근 전 세계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배우다. 10대 때부터 연극과 TV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 오다 2017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24세 청년 올리버를 사랑하게 된 17세 소년 엘리오 역을 맡은 그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불과 23세 나이에 90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젊은 시절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떠오르게 하는 가녀린 미소년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에 ‘차세대 디캐프리오’라는 수식이 달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두터운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샬라메가 캐스팅돼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은 ‘더 킹: 헨리 5세’는 폭압적인 아버지에게서 왕위를 물려받은 잉글랜드의 젊은 왕자 할(티모테 샬라메)이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며 분열된 잉글랜드를 통합하고 위대한 왕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그린 사극이다. 영화 ‘애니멀 킹덤’(2010)으로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넷플릭스 영화 ‘워 머신’(2017) 등을 연출한 호주 출신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연출했다. 미쇼 감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고 샬라메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샬라메는 미국인이지만 영국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영국식 발음을 익혔고, 대규모 전투 장면도 직접 소화했다. “두렵더라도 도전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뉴욕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선생님들께선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힘든 배역을 맡으라’고 가르치셨죠. 영국 왕 역할에 도전한 것도 그런 맥락이에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모티브 삼아 새롭게 쓴 작품에 참여하는 경험은 매우 특별했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미숙한 왕자가 절대군주 헨리 5세로 성장하는 모습에, 청춘 스타에서 무게감을 갖춘 배우로 성숙해 가는 샬라메가 포개진다. 그는 “나이가 어리면 주변 환경에 쉽게 휘둘리고 어른들이 가하는 압박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데 주인공 할도 마찬가지였다”며 “15세기 인물을 공감 가도록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할의 든든한 멘토인 기사 존 팰스타프를 연기하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호주 배우 조엘 에저턴은 그런 샬라메를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봤다. “샬라메의 삶이 급변하고 있어요. 어린 나이에 큰 주목을 받는다는 건 엄청난 책임과 부담을 동반해요.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고, 소셜미디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압박감을 느끼기도 할 테고요. 샬라메가 그런 어려움들을 잘 이겨나갔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격려를 받은 샬라메는 에저턴의 어깨를 감싸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영화 ‘더 킹: 헨리 5세’기자회견에 참석한 데이비드 미쇼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티모테 샬라메, 조엘 에저턴, 프로듀서 제레미 클라이너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뉴스1

‘더 킹: 헨리 5세’는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하고 영화 ‘노예 12년’(2014)과 ‘문라이트’(2017)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제작사 플랜비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온라인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투자했다. 다음 달 1일 넷플릭스로 정식 공개될 예정이다. 미쇼 감독은 “넷플릭스는 대규모 자원을 제공하고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만족스러워했다. 아울러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환기를 맞은 지금, 새로운 콘텐츠를 대중에 선보이는 창구로서 영화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부산영화제 방문에 남다른 의미를 뒀다. 에저턴도 “좋은 영화는 TV로 봐도 좋다”며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를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한다”는 애저턴은 “최근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다시 봤는데 그날이 범인 검거 전날이었다”며 “송강호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마지막 엔딩 시퀀스는 정말 대단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샬라메와 에저턴, 미쇼 감독은 이날 저녁 레드카펫 행사와 야외 상영회로 팬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팬들은 공식 행사 하루 전날부터 야외 극장 출입구에 줄을 서서 24시간 밤샘 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야외 상영회 좌석 5,000석도 2분 만에 매진됐다.

6일 밤 부산에 도착한 샬라메는 해운대 인근 식당에서 한국식 치킨을 맛봤다. 7일에는 부산의 명소들을 여행하며 짧은 휴가를 즐겼다. 김해공항과 식당, 여행지에서 만난 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사진도 찍었다.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샬라메는 “한국 양념치킨은 정말 최고였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부산=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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