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만탄섬 서부에 500㎿ 소형 원전 구상 
 지난달 印尼 인사들 방한, 신고리 건설현장 둘러봐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현장 모습. 각각 2023년, 2024년 준공 예정으로, 8월말 현재 공정률 48%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형 원자력발전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 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하는가 하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원전 전문가 100여명을 초청한 대규모 워크숍도 예정돼 있다. 인도네시아엔 현재 원자력발전소가 없다. 아직 입질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탈(脫)원전 정책에 개의치 않고 한국 원전의 우수성에 만족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8일 한국전력공사 인도네시아지사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경제산업위원회(KEIN)의 에너지 및 광물 자원 분야 실무그룹과 인도네시아전력공사(PLN) 관계자, 학계 인사들이 지난달 중순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대전의 한전 전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현장, 인천 옹진군의 신(新)재생에너지단지인 남동발전영흥에너지파크 등을 다녀갔다.

인도네시아 원자력발전 관련 사절단이 지난달 18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인도네시아지사 제공

줄나하르 우스만 KEIN 실무그룹 회장은 “전기는 경제 및 산업 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며 “강력한 전력 공급 보장을 충족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KEIN은 원전이 (인도네시아에) 즉시 건설되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외국인 투자를 막는 비싼 전기료를 낮추는 방안으로도 원전을 거론했다. 인도네시아는 원전을 아직 국가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지 않지만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도 원전 도입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KEIN은 경제 분야에선 유일한 대통령 자문기구다.

KEIN은 500메가와트(㎿) 용량의 소형 원전을 칼리만탄(보르네오)섬 서부에 짓기를 희망하고 있다. 칼리만탄섬은 인도네시아 다른 주요 섬들과 달리 ‘불의 고리’라는 환태평양조산대에 포함되지 않아 지진, 화산 등 자연재해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칼리만탄섬 동쪽 발릭파판 부근은 조코위 정부가 자카르타를 대신할 새 수도(행정수도)로 낙점한 곳이다. 원전을 통해 행정수도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알루미늄이 풍부한 칼리만탄의 서부 지역에 알루미늄 공장 등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KEIN의 구상이다. 인도네시아 학계에선 칼리만탄섬 서쪽에 위치한 벨리퉁섬도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원전 건설 희망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제안이다. 우수성을 인정받아 신고리 5, 6호기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기에 적용 중인 한국형 표준 원전의 용량은 1.4기가와트(1,400㎿)로 두 기씩, 또는 4기씩 한 세트로 짓는 게 보통이지만, 소형 원전 역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한전 관계자는 “500㎿ 소형 원전은 경제성 등을 감안해 현재 가동 중(상용화)인 게 없으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알루미늄 공장 등 산업단지와 연계해 유치한다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행정수도에 전기를 공급하는 부분은 송전선 설치 등 거리상(약 1,000㎞ 떨어짐) 문제와 현재 칼리만탄 일반 전기 수급이 안정적이라 그만큼의 전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원전 현장을 둘러본 투미란 가자마자대 교수는 “지열과 수력 발전이 가능한 지역이 인도네시아 전역에 고르게 분포돼있지 않기 때문에 원전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라며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내 화력 발전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화석 에너지 사용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려는 추세다. PLN은 이르면 이달 중 한국 일본 러시아 등 원전 선진국 전문가 100여명을 초청해 대규모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원자력발전 관련 사절단이 지난달 17일 대전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을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인도네시아지사 제공

특히 인도네시아 관계자들은 한국의 탈원전 정책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일본 등과 달리 원전 공급 체계가 탄탄하다는 장점과 세계로 수출하는 기술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전용수 한전 인도네시아지사장은 “PLN 자회사 사장이 원자력 전공이고, 원자력 인재들이 한국에서 교육받길 희망할 정도로 원전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기대가 높은 건 사실”이라며 “소형 원전 자체로는 단가를 맞추기 힘들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알루미늄 제련, 제철 등 산업단지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해당 기업들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알루미늄 공장 건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원자력발전 관련 사절단이 지난달 17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한국 원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인도네시아지사 제공

다만 아직 공론화 전이라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여론을 예단하긴 이르다. 일본 후쿠시마(福島)산 복숭아를 대형 마트에서 판촉 판매할 정도로 일본엔 우호적이지만, 규모 5.0 이상 지진만 해마다 300건 가까이 발생하다 보니 아무리 지진 안전지대에 원전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신타(22)씨는 “안전이 담보된다면”, 윈다(20)씨는 “저렴한 전력 공급원이라” 원전 건설에 동의한다고 했다. 반면 “종종 발생하는 지진으로 인해 국가가 위험에 빠질 수 있어서”(첼시씨), “원전 보안 시스템을 인도네시아 정부가 유지할 수 없어서”(린다씨)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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