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분기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7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의 바닥을 딛고 본격적인 반등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반도체 경기가 4분기부터는 점차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년부터는 삼성 실적이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갈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29%, 영업이익은 56.18%나 줄어들었지만, 올해 2분기보다는 매출이 10.46%, 영업이익이 16.67%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특히 매출은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실적(매출 65조4,000억원)을 올렸던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으로 60조원대로 복귀했고, 영업이익도 바닥권으로 평가 받는 6조원대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벗어나면서 향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주력인 반도체사업부(DS)의 뒷받침 없이 이뤄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바일 등 무선사업부(IM)와 디스플레이 사업부가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IM부문은 지난 8월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10’과 중저가 제품인 A시리즈 등이 꾸준한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2분기 보다 30%나 증가한 수치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애플에 사실상 독점 납품하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매출이 늘면서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반도체사업부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상황의 영향으로 3분기에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사업부는 지난 2분기 3조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2016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고 상황이 개선됐지만, 제품 가격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2분기와 비슷한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난 8월 이후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춘데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4분기부터는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 수요가 늘면서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재고량이 줄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만 적정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불확실한 대외 변수들이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 조치를 아직 철회하지 않고 있고, 삼성의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첨예한 무역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여서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글로벌 데이터 센터들의 반도체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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