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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변수에 미중 무역협상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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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변수에 미중 무역협상 먹구름

입력
2019.10.08 15:58
수정
2019.10.08 20:5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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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10일부터 이틀간 고위급 무역 협상에 나선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빅딜’을 강조해 중국 측 운신의 폭이 좁아진 데다, 전례 없이 홍콩 사태를 직접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은 미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탄핵 정국으로 커지는 만큼, 섣부른 기대보다 장기전을 불사하는 ‘전략적 인내’로 맞서며 전의를 다졌다.

미 백악관과 중국 상무부는 8일 “류허(劉鶴) 부총리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한 양국 대표단이 10, 11일 워싱턴DC에서 무역 협상을 한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랴오민(廖岷)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차관)이 이끄는 30여명의 중국 실무 협상팀은 7일(현지시간) USTR 청사에서 미국 측과 의제 조율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판을 흔들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부분 합의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스몰 딜)을 전혀 선호하지 않는다”라며 “난 빅딜을 더 선호하고 그것이 우리가 노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회담 의제에는 강제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서비스, 비관세 장벽, 농산물, 이행 강제규정 등이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핵심이익’에 해당하는 쟁점은 논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폭스 비즈니스는 “무역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법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이번 협상에서 국내 산업정책 개혁과 보조금 지급 문제에 대한 논의를 거부키로 했다”고 전했다. ‘빅딜’을 추구하는 미국이 집중적으로 요구해온 사안들이다.

게다가 최대 난제인 홍콩 사태마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적인 해결을 보고 싶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그럴 능력이 있다”면서 “시위대에게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무역협상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4일에도 시 주석을 향해 인도적 해결을 촉구했지만, 홍콩 사태를 무역 협상과 직접 연계시킨 것은 처음이다. 지난 4일 ‘복면 금지법’을 발동해 시위 진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이다. 미 상무부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침해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28개 중국 기관과 기업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추가하며 가세했다.

협상장 안팎을 넘나드는 미국의 공세에 중국은 아예 기대치를 낮춘 모습이다. 바이밍(白明)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은 8일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협상이 긍정적 성과를 낼 것이라는 명백한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댜오다밍(刁大明) 인민대 부교수는 “미국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해법이 나온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앞둔 데다 대선 일정에 돌입해 협상이 어디로 튈지 방향조차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대릴 모리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 트윗 파문으로 대미 여론까지 악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NBA 경기 중계를 즉각 취소했고, 타오바오와 징둥, 쑤닝 등 주요 온라인 쇼핑사이트 역시 로키츠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를 중심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글도 줄을 잇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교류ㆍ협력을 하는 데 민의를 모르면 통할 수 없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다만 중국은 “국경절 연휴 첫 나흘간 중국인들이 5억4,200만번 여행을 가서 사상 최대인 4,526억3,000만위안(약 76조원)의 관광 수입을 올렸다”며 “반면 미국의 8월 무역적자는 3개월 만에 또다시 늘었다”고 강조했다. 내수 시장이 튼튼해 무역협상이 타결 안 돼도 중국 경제는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중국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이 2,500억달러(약 298조원)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10월 1일부터 25%에서 30%로 올리려다 부과 시점을 15일로 2주 늦춘 상황에서 추가 관세를 얻어맞으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계속 늘리는 것도 일종의 유화 제스처다.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경색된 관계를 정상화할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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