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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복면 금지법’ 반발 시위 나흘째… 경찰 “마스크 벗어라” 발포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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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복면 금지법’ 반발 시위 나흘째… 경찰 “마스크 벗어라” 발포 경고도

입력
2019.10.08 16:49
수정
2019.10.08 22:3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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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무장 경찰이 7일 카오룽반도 정관오에서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조준 발사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무장 경찰이 7일 카오룽반도 정관오에서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조준 발사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당국이 ‘복면 금지법’을 시행한 지 사흘째 되는 7일에도 홍콩 시내에서 시위대와 무장 경찰간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중국 인민해방군 개입 가능성을 시사,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하며 시위대와 각을 세웠다.

홍콩 공휴일인 ‘중양절’이었던 7일 시민들은 낮부터 몽콕 시내 프린스에드워드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헌화하고 묵념하며 송환법 반대 의사(義士)들의 희생을 기렸다. 홍콩 경찰은 지난 8월 31일 이 역에서 시위대 63명을 무더기 체포했는데, 객차 안까지 진입해 최루액을 발사하고 곤봉을 휘둘러 부상자가 속출했다. 정부가 수차례 부인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이 과정에서 3명의 시위자가 과잉진압으로 인해 사망했고, 당국이 자살로 위장하는 등 은폐했다고 믿으며 이들을 ‘의사’로 칭하고 있다.

저녁 7시가 되자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화를 든 시위대가 일대를 가득 메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뒤편 몽콕경찰서 건물 난간에 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등장하면서 경건했던 추도식장은 한순간에 전쟁터로 돌변했다. 이미 몽콕 지역 곳곳에 경찰이 배치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경찰서 건물에는 1단계 경고(해산명령)에 해당하는 파란색 깃발이 내걸렸고 “즉시 마스크를 벗고 해산하라”는 경고 방송이 나왔다.

[저작권 한국일보] 홍콩 시민들이 7일 카오룽반도 프린스에드워드역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헌화하며 지난 8월 31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희생된 시위자들을 기리고 있다. 홍콩=강유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홍콩 시민들이 7일 카오룽반도 프린스에드워드역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헌화하며 지난 8월 31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희생된 시위자들을 기리고 있다. 홍콩=강유빈 기자

시위대는 지지 않고 “홍콩사람 저항!” 구호를 외치며 레이저를 쏴 경찰들의 시야를 방해했다. 또 마스크를 벗기는커녕 쓰지 않은 시민들에게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주며 착용을 독려했다. 10여분 뒤 경찰서 난간에 오렌지색 깃발이 걸리자 시위대 안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대 가게들은 급히 셔터를 내렸다. 오렌지색은 ‘해산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는 의미로, 고무탄이나 심한 경우 실탄도 쏠 수 있다는 강한 경고다.

그럼에도 시위대 수백 명은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시작했고, 경찰도 본격적인 진압에 나서며 충돌과 혼란이 이어졌다. 경찰은 검은색(최루가스 발사) 깃발을 들어 보인 뒤 최루탄 수 발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으며 어김없이 시위대를 향해 곤봉을 휘두르거나 고무탄을 쏴 부상자가 속출했다. 전날에 비하면 작은 규모였지만 이날 몽콕 지역 외 정관오(將軍澳), 위안랑(元朗), 타이쿠(太古) 등 홍콩 전역의 쇼핑몰에서도 일제히 시위가 진행됐고, 지하철역 16곳이 파괴됐다. 툰먼 지역에서는 만삭의 19세 임신부 린모씨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린씨 변호인은 “체포 당시 검은색 옷(시위대 상징)을 입었지만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지도 않았고 쇼핑몰을 혼자 걸어 다니다 갑자기 붙잡혔다”고 경찰 조치에 반발했다.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8일 행정장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8일 행정장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일 긴급법 발동 직후 연일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자 당국은 중국군 개입 가능성을 꺼내며 경고 수위를 끌어올렸다. 람 장관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우리가 사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다만 상황이 매우 악화할 경우 어떠한 옵션도 배제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위대는 상점을 파괴하고 교통수단을 마비시키고 있다. 폭력은 도를 넘었고 법을 어기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러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최대한의 결의를 사용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의 시위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람 장관은 긴급법을 근거로 시행한 복면 금지법이 효력을 발휘할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긴급법 추가 발동 여부와 관련해선 “우리는 급변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긴급법이 다시 발동되기 전 정부가 매우 신중한 태도로 검토할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홍콩=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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