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빨리 갔다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전투에서 산화한 고(故) 김기봉 이등중사의 유해가 68년이 지나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8일 오후 2시 경남 거제시 동부면에 소재한 김 이등중사의 아들 김종규(70)씨 자택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실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김 이등중사는 1951년 12월 6·25전쟁에 참전해 제2사단 31연대 소속으로 활약하다가 1953년 7월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 도중 사망했다. 정전협정 체결 17일 전이었다. 그렇게 66년을 기다리던 김 이등중사의 유해는 올해 5월 22일 완전유해 형태로 발굴됐다. 좁은 개인호 속에서 팔이 골절되고 온몸을 숙인 상태였고, 감식 결과 두개골과 몸통에서 금속 파편이 확인돼 당시 치열했던 전투를 짐작케 했다. 미처 쏘지 못한 탄알이 장전된 M1소총 및 철모와 전투화, 참전 기장증을 보관한 지갑, 단추, 연필 등도 함께 발견됐다.
김 이등중사의 유해를 직접 발굴한 DMZ 발굴팀장 강재민 상사는 “(김 이등중사가) 입안에 물고 계셨던 철제 계급장은 마치 ‘나를 반드시 알려 달라’는 일종의 메시지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약 70년 만에 아버지의 유해를 맞이한 김씨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때도 살아남으셨는데, 6·25전쟁에 참가하셔서 DMZ에 묻혀 계시다가 68년 만에 유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남북 분단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욱구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이날 유가족들에게 김 이등중사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신원확인통지서, 국방부 장관 위로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다. 또 1954년 김 이등중사에게 수여된 ‘무성화랑무공훈장’의 훈장수여증명서 및 ‘정장, 금장, 약장’을 유가족 요청에 따라 다시 한번 유가족 측에 전달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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