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우리나라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5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교역량 위축, 반도체 단가 하락 등에 따른 수출 부진이 주요인이다. 일본여행 급감, 해외법인 배당금 수입에 따른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 개선에도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든 탓에 경상수지 흑자도 축소됐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5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85억5,000만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40% 가까이 줄어든 실적이다.
특히 상품수지는 47억7,000만달러 흑자로, 2014년 1월(+36억7,000만달러) 이래 가장 적은 흑자를 보였다. 수출(451억5,000만달러)이 전년 동월보다 15.6% 줄어 9개월 연속 감소한 영향이다. 수입(403억9,000만달러) 역시 유가 하락 영향으로 1년 전보다 감소(-5.1%)했지만, 수출 감소폭이 더 큰 탓에 상품수지는 악화했다. 한은은 △글로벌 제조업 및 교역량 위축 △반도체 및 석유류 수출단가 하락 △대중국 수출 부진을 상품수지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서비스수지는 18억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20억4,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을 줄였다. 특히 여행수지(-10억7,000만달러)는 같은 기간 적자폭이 5억달러 가까이 줄었는데, 이는 중국·일본을 중심으로 외국인 여행객이 꾸준히 늘어난 반면 우리 국민의 일본 방문은 한일 관계 악화 영향으로 1년 전보다 48% 급감한 영향이 컸다. 또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입이 늘어 관련 수지(+2억4,000만달러)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점도 서비스수지 개선 요인이었다.
본원소득수지는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내며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한 7월(+30억달러)에 버금가는 실적(역대 4위)을 냈다. 본원소득수지는 외국과 주고받은 임금과 투자소득(배당ㆍ이자)을 뜻하는데, 7월에 이어 8월에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법인의 이익잉여금을 배당 형식으로 회수한 것이 수지 개선의 주요인이었다.
한편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8월 중 48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다만 2015년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47개월 연속 증가(전년 동월 대비)하던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3억6,000만달러 줄었다. 해외주식 투자(+7,000만달러)는 주요국 주가 하락,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고 채권 투자(-4억3,000만달러)는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감소로 전환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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