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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어선·日 단속선 ‘EEZ 논란’ 대화퇴 어장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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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어선·日 단속선 ‘EEZ 논란’ 대화퇴 어장서 충돌

입력
2019.10.07 18:39
수정
2019.10.07 23: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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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 쏘자 급선회하다 北어선 침수… 바다 뛰어든 北선원 60명 전원 구조

황금어장 ‘대화퇴 어장’서로 자국 EEZ 주장, 3년 전부터 갈등 표면화

7일 오전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과 일본 어업 단속선(오른쪽)이 충돌했다. 이후 일본 단속선에서 바다로 뛰어든 북한 승조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던진 구명보트(작은 원 안) 등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일본 해상보안대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7일 오전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과 일본 어업 단속선(오른쪽)이 충돌했다. 이후 일본 단속선에서 바다로 뛰어든 북한 승조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던진 구명보트(작은 원 안) 등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일본 해상보안대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북한 어선과 일본 어업 단속선이 7일 오전 동해상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어선이 침몰하고 바다로 뛰어든 북한 승조원 60명 전원이 현장에서 구조됐다. 일본 정부는 구조된 이들을 다른 북한 선박에 인계했다. 북한과 일본은 2016년 이후 동해상의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대화퇴(大和堆) 주변 해역에서의 북한 어선 불법 조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일본 해상보안청과 수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7분쯤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 북서쪽 350㎞ 지점의 해상에서 수산청 소속 어업 단속선 ‘오쿠니’호(약 1,300톤급)와 북한 어선이 충돌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서 일본 측 단속선이 북한 어선에 퇴거를 경고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일본 단속선이 북한 어선을 발견한 시간은 오전 8시30분쯤. 북한 어선이 불법 조업 중인 것으로 판단해 20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접근해 EEZ에서 퇴거할 것을 경고했다. 이후 일본 단속선은 오전 9시4분 북한 어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고, 이에 북한 어선이 급선회를 하면서 왼편에 있던 단속선과 충돌했다. 단속선이 물리적 대응에 나선 지 3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북한 어선은 충돌 후 침수가 발생했고 북한 승조원 60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에 일본 단속선은 해상에서 표류하던 이들에게 구명정 등을 던져 구조했다. 북한 어선은 충돌한 지 23분이 지난 오전 9시30분쯤 가라앉았다. 반면 일본 단속선은 충돌 후 항해에 문제가 없었으며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 어선ㆍ일본 단속선 충돌. 그래픽=강준구 기자
북한 어선ㆍ일본 단속선 충돌. 그래픽=강준구 기자

일본 언론들은 이날 오후 “북한 어선 승조원 20여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으나 오후 6시쯤 북한 측 승조원을 60명으로 보도했다. 니가타(新潟)시 해안보안본부에 따르면 구조된 북한 승조원 가운데 중상자는 없었고 이들을 인근의 북측 선박에 인계한 다음 오후 4시30분에 일본 측의 수색ㆍ구조 활동이 종료됐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오전 10시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해 정보 수집 등 대응에 나섰고, 해상보안청은 수색ㆍ구조 활동을 위해 현장에 순시선 3척과 헬기, 항공기 각 1대씩을 출동시켰고 수산청에선 단속선 4척이 투입됐다.

구와하라 사토시(桑原智) 일본 수산청 자원관리부 어업단속과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단속선은 대화퇴 해역에서 경고 방송과 물대포 대응 등 통상적인 퇴거 활동을 벌이고 있다”라며 “이번에도 어선에 대해 퇴거를 경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어선의 조업이) 어업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화퇴 주변 해역에서는 2016년 이후 북한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조업을 반복하면서 북일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북 경제 제재 이후 북한의 식량사정 악화, 그리고 외화 획득 수단과 연관돼 있다는 게 일본 측 분석이다.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올 5월 하순부터 이날까지 총 1,046척의 북한 등 외국 선박에 대해 EEZ에서의 퇴거를 경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은 189척에 대해 물대포를 쐈다. 수산청에 따르면 대화퇴 해역에서 외국 선박에 대한 퇴거 경고 횟수는 2016년 3,681척, 2017년 5,191척, 2018년 5,315척으로 증가하고 있다.

북한은 불법 조업 문제로 러시아와도 갈등하고 있다. 러시아 국경수비대는 지난달 동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던 북한 어선 2척과 모터보트 11척을 나포하고 어민 80여명을 억류했고,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이 향후 북일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최근 북일대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게 북한과 접촉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4일 임시국회 소신표명연설에서 납치문제 해결 등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앞서 2일 북한이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자국 EEZ에 떨어진 것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방침에는 변화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주간 아사히(朝日)는 최신호에서 총리관저의 외교 사령탑인 기타무리 시게루(北村滋) 국가안전보장국 국장을 인용해 “금년 중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회담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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