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대표, 정치협상회의 신설 합의… 과거 李대표 운영 제안 ‘더 머쓱’
여당은 보이지 않았다. ‘의회 정치 무용론’이 비등한 가운데 열린 각 당 대표 회동에서다. 검찰개혁, 정치개혁, 민생법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 중 어느 것 하나 원내 협상으로 풀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자, 5당은 당 대표들이 직접 쟁점법안을 논의하는 ‘정치협상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7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의 정례 오찬 모임인 초월회 회동을 불과 2시간 앞두고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초월회가 민생을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태풍 피해, 아프리카 돼지 열병,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초월회는 문 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월 1회 한자리에 모여 ‘당과 정파를 초월한 협치 국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해 9월 발족했다. 이날 회동은 ‘광장 정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처음 마련된 데다, 장외 투쟁을 이유로 자주 불참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참석이 예정돼 여야의 해법 마련에 시선이 쏠려 있었다.
이날 불참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초월회 모두발언이 사실상 각 당의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 유포’의 장으로만 기능하고, 비공개 오찬도 말싸움 수준의 언쟁으로 흘러 더 이상 참석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3달 전부터 이 대표가 현안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당 대표들이 비공개로 마주 앉는 정치협상회의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제안해왔는데 그간 각 당으로부터 반응이 없었던 데다, 매 회동마다 서로 사안을 두고 정반대로 대립만 하는 발언이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대의 민주주의 위기가 거론되는 국면에서 여당 대표가 야당과의 대화 채널을 일방적으로 걷어차면서 정치의 복원은 더 어려워졌다. 황교안 대표는 “여당이 청와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백척간두에 선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안위를 살피고 야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나라가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완전히 둘로 갈려 있는데, 오늘 이 자리에 여당의 대표가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쟁 중에도 서로 대화하고 협상하는데 지금같이 국민들이 걱정이 많고 위중한 시기에는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유감이고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의 불참은 정치의 복원을 통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사법개혁 논의를 시작하자는 문 의장의 입장과도 어긋난다. 이날 문 의장은 “대의민주주의 복원에 모든 정치와 합의 등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근본적 사법개혁 완성도 결국 국회 입법의 완성이다. 저는 국회의장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4당 대표는 앞서 이 대표가 제안한 정치협상회의 신설 및 운영에 합의했다. 회동 전체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담소를 나누는 차원을 넘어 구체적 현안과 법안의 내용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당대표뿐 아니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이 배석해 논의의 진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표는 문 의장과 통화해 (불참의 배경 등을 설명했으며) 정치협상회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합의를 수용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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