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에 빠트린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정보기관 소속 내부고발자가 최소 한 명 더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첫 번째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입증할 ‘직접적인 지식(firsthand knowledge)’도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추가 타격을 입게 될 공산이 커졌다.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도 주변에 ‘탄핵 대통령으로 남고 싶지 않다’는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자의 변호인인 앤드루 바카즈는 이날 트위터에 “내 회사와 나의 팀이 2019년 8월 12일 정보기관감찰관실(ICGC)에 접수된 폭로와 관련, 복수의(multiple) 내부고발자를 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백악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CIA 요원은 지난 8월 ICGC에 “트럼프 대통령이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의혹 조사’를 종용했다”는 내부고발을 제기했고, 이는 결국 미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결정으로 이어졌다.
공동 변호인인 마크 자이드도 “우리 팀은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두 번째(second) 내부고발자를 대리한다”고 WP에 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첫 번째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모두 다른 당국자들한테 건네 들은 간접 정보”라고 폄하해 왔는데, 그와 달리 ‘제2의 내부고발자’는 훨씬 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얘기다. 예단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화를 직접 들었거나 녹취록 전문을 읽었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통화와 관련, 백악관이 현재까지 공개한 건 A4 5쪽 분량의 녹취록 요약본이 전부다.
이번에 알려진 제2의 내부고발자 존재는 매우 의미심장하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분석이다. NYT는 “두 번째 내부고발자가 최초 고발자와 같은 변호인단을 고용한 사실, 그리고 직접적인 지식을 보유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힘을 보태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론(간접 정보에 바탕한 내부고발)을 더욱 약화시키는 증언을 할 것이라는 걸 시사한다”고 전했다. 다만 두 번째 내부고발자의 경우, ICGC에 관련 내용을 알렸으나 정식 고발장은 아직 제출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바짝 경계하는 눈치다. 이날 밤 그는 트위터에 “민주당의 변호인도 내부고발자 두 명과 똑같나? 모두가 오바마와 일그러진 힐러리를 지지한다. 마녀사냥!”이라는 글을 올렸다. 내부고발자의 문제제기를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하며 신뢰성을 깎아내리려 한 것이다. 심지어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속으로는 실제 탄핵당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은 이력(resume)에 남기기엔 나쁜 것’ ‘탄핵을 이력에 남기고 싶지 않다’ 등의 말을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난 6월만 해도 “민주당의 탄핵 추진 시 나의 재선은 더 쉬워질 것”이라며 느긋해했던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징후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상ㆍ하원의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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