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막판 협상을 앞두고 맞붙었다. 서로 ‘먼저 양보하지 않으면, 남은 건 노딜(No dealㆍ합의 없는) 브렉시트 뿐’이라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오는 17, 18일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의 최종 합의를 앞두고 양측 모두 ‘벼랑 끝 전술’을 펴는 전략으로 보이나, 일각에서는 이러다 아예 협상판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과 BBC 방송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존슨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EU는 오는 주말 브렉시트 협상 타결이 가능할지 평가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주 내로 EU의 요구에 보다 부합하는 브렉시트 수정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영국의 추가 양보 없이는 타결도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날린 셈이다. 영국과 EU는 7일부터 며칠 동안 집중적인 추가 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앞서 2일 영국은 브렉시트 최대 걸림돌이었던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의 대안이 담긴 새 브렉시트 안을 공개하고, 4일 EU와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EU는 영국의 새 제안에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5일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영국이 바뀌지 않으면 협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르투르스 크리샤니스 카린슈 라트비아 총리 역시 BBC 인터뷰에서 “양보할 책임은 존슨 총리에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영국도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라는 점이다.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오는 10월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강행할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던 존슨은 이날 마크롱과의 통화에서도 “EU는 영국이 노딜 시 (기한을 연장해) EU에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엄포를 놓았다. 한 영국 총리실 고위급 관계자도 “영국이 크고 중요한 제안을 한 만큼 이제 EU도 타협 의사를 보여야 할 차례”라고 밝혔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영국과 EU 모두 상대가 먼저 두 손을 들 때까지 버틴다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가디언은 “마크롱이 존슨에게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면서, 수일 내로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가디언은 또 EU 관계자를 인용, “EU 정부들은 (존슨 총리의 새 제안이) 애초에 거절당할 생각으로 제출된 것이며, 협상의 기초로 의도된 적도 없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면서 EU가 협상을 거의 무산시키기 직전이라고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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