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갖출 때까지 기다렸다 선정… 서울시 “채용비리 이어 왜곡된 발표”
서울시가 아파트ㆍ주택 베란다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업체 선정과 보조금 집행 등을 위법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서울시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보급사업 추진실태’ 감사에서 위법ㆍ부당 사항 4건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는 베란다에 설치할 수 있는 크기의 태양광 발전 설비로, 서울시는 2014년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시의 태양광 에너지 보조사업 예산(402억원) 중 베란다형 미니발전소 사업 예산이 218억원을 차지했다.
서울시는 미니발전소 보급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반 업체와 협동조합 간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거나, 구체적 심사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자격이 없는 협동조합이 자격을 갖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급 업체로 지정하거나, 태양광 발전설비를 직접 시공하는 업체 대신 하도급을 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업체를 부당하게 선정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보조금을 집행하고 불법 하도급을 관리한 과정에서도 부적절한 사례가 적발됐다. 서울시는 2016년 이후 명의 대여 등 허위로 사업 신청을 하면 사업 참여를 제한한다고 공고하고, 업체들에게 명의 대여 금지서약서도 제출 받았다. 그런데 2016~2018년 보조금을 10억원 이상 수령한 업체 10곳 중 5곳이 태양광 발전설비를 직접 시공하지 않고 하도급을 하거나 명의 대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불법 시공 사례는 1만 5,938건(전체의 67%)에 달했다. 한 협동조합은 지난해 전기공사업 무등록 업체에 4,901건을 대신 시공하도록 했는데도 서울시는 하도급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보조금 11억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하도급 등을 한 5개 업체의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전기공사업법 위반 업체를 등록취소ㆍ고발하는 방안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하도급 금지 위반 업체는 올해 사업 참여에서 배제했고, 하도급 의심 업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감사원이 지난달 30일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 감사 결과를 발표한지 일주일 만에 또 다른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조직적 채용 비리’ 등 ‘팩트’가 아닌 내용들이 사실처럼 알려졌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원의 발표가 자꾸 왜곡돼 확대 재생산되면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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