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개장한 국내 최대규모의 인천항 크루즈전용터미널이 운항실적 저조로 개점휴업 상태다. 2017년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크루즈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향후 전망 또한 기대 이하로 점쳐지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7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인천항에는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전후해 2013년 95척, 2014년 92척, 2015년 53척, 2016년 62척의 크루즈가 기항했다. 밀려드는 크루즈로 접안 장소가 부족해지자 정부에선 사업비 280억원을 들여 송도국제도시 9공구 바닷가에 인천항 전용크루즈터미널 건설사업을 추진해 지난 4월 준공,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17년 사드 갈등이 불거진 이후 중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의 인천 기항이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2017년에는 17척, 지난해에는 10척의 크루즈만이 배를 댔다. 크루즈전용터미널이 문을 연 올해 4월 26일, 첫날엔 11만톤급의 ‘코스타 세레나’호가 입항을 했지만 이후 4개월째 운항이 끊겼다.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입항할 배는 모두 10척에 그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중국 크루즈는 전무했다.
내년 전망도 여의치 않다. 올해보단 늘어난 15척에 이를 전망이지만 크루즈전용터미널의 위상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사드 갈등 이전과는 사뭇 다른 수치다. 해양수산부에서 분석한 '최근 3년간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한 크루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인천항을 기항한 크루즈선 62척 중 중국발 크루즈선은 52척(83.9%)에 달했다.
전문가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올 들어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는 ‘금한령’ 해제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변화 조짐이 없는 크루즈 선박의 경우엔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인천항 크루즈전용터미널의 위기감도 더해지고 있다. 전체 입항 크루즈 중 8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발 선박이 사라지면서다. 인천항은 특히 지리적 특성상 부산과 속초 등 국내 다른 크루즈 항만보다 중국 관광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입장을 선회해 사드 관련 규제를 해제하기 전까지 마땅한 대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고, 그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항 크루즈전용터미널이 미주와 유럽 노선이 많은 인천국제공항과 가깝다는 장점을 살려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크루즈선박 유치 다변화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송원영 기자 w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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