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라디오 인터뷰, 북미 실무협상 결렬 분석
“벼랑 끝 전술 분석…연내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 전망도
북한과 미국이 올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인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장에서 만났지만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를 두고 북한이 처음부터 판을 깰 의도를 갖고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간 미국이 잡았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북한 행동을 복기해보니 북한에서 판을 처음부터 깨려고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할 필요 없다. 좀더 압박을 가하자. 그러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나오지 않겠나’ 하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의도를 뒷받침하듯 북한은 유례없이 신속하게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북측 대표단은 5일 오전 협상을 마치고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갔다가 2시간 20여분 만에 협상장으로 복귀했다. 오후 협상을 마친 대표단은 오후 6시 23분 다시 북한대사관으로 복귀, 10여분 만에 A4용지 4장 분량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협상이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정 부의장은 “점심시간에 평양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라며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써서 금년 중에 미국의 태도 변화를 확실하게 유도하자. 또 하노이 때 당했던 것도 보복해주는 것도 있다”고 해석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중 나와 결렬을 선언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정 부의장은 풀이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미국 내 자신에 대한) 탄핵 (움직임) 때문에 그걸 누를 수 있는 사건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는 기다리면서 한 번쯤 더 북미 정상회담을 해볼 생각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12월 되면 트럼프는 이제 몸이 단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능력을 저울질하는 북한의 셈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으로서는 탄핵 정국에서 트럼프가 살아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을 좀 더 지켜볼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북한이) 사실상 전적으로 믿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느냐,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치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가를 확인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도권 싸움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 원장은 “조금의 기싸움을 더 할 것 같지만 연내 다시 만나고, 내년 초 여전히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세현 부의장은 “11월 초ㆍ중반까지 실무협상이 성과를 내고 막상 정상회담이 되면 속도는 날 것”이라며 “그러면 11월 25~27일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 김정은 위원장이 부산에 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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