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산청 단속선과 북한 어선의 ‘대화퇴’(大和堆ㆍ야마토타이) 충돌은 예견됐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 해역을 자신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돼 왔기 때문이다.
시작은 올 8월 23일. 북한의 공선(公船)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이 해역에서 무선교신을 통해 일본 수산청 어업단속선과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향해 “(북한) 영해(territorial water)에서 즉시 퇴거하라”며 영유권을 주장하면서부터다. 당시 북한 선박은 소총으로 무장하고 어업단속선에 30m 거리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퇴 어장이 자신들의 EEZ에 속한다고 주장해 온 일본 정부는 당시 북한 고속정이 수산청 단속선 등을 위협했다면서 북한 측에 불법 조업을 멈추고 위기 조성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베이징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에 강력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달 17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화퇴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8월 23일과 24일 우리의 ‘전속경제수역’(배타적경제수역ㆍEEZ)에 불법 침입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선박들이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조치에 의하여 쫓겨났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수역에 대한 침범과 우리 어선들의 어로 활동에 대한 방해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대책을 강구하도록 일본 측에 엄중히 주의를 환기했다”며 “우리가 자기 수역에서 일본 측 선박들을 몰아낸 것은 정정당당한 주권행사”라고 했다. 북한 어선의 대화퇴 어장 조업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달 2일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대화퇴 어장 인근에 낙하한 것도, 북한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향한 경고 차원에서 계산적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 중국 측에 어업권을 팔아 넘긴 뒤 어족 자원이 풍부한 대화퇴에서 조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갈등을 일으킨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화퇴 어장 조업활동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은 최근 몇 해간 감정적으로 심화돼왔다. 동해 쪽 일본 해안에서 표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어선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지역 주민들이 공포에 떠는 일들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선박 안에서 시신이 발견되는가 하면 표류하다 살아남은 북한 어민들이 심야에 마을에 출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일본 정부는 비상상태로 해안 경비에 고삐를 죄며 해상물대포 등의 예산을 늘리기도 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들어서 북한 어선에 공작원이 잠입해 침입한다는 주장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과거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을 끄집어내 무장난민 출현설까지 유포되기도 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2017년 “무장 난민에 대한 자위대의 사살”을 운운해 일본내 양심 세력의 지탄을 받은 바 있고, 당시 자민당의 아오야마 시게하루(靑山繁晴) 의원은 “북한인 상륙자는 천연두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일본으로 밀려드는 북한인 시신을 일 지방자치단체 측이 일방적으로 화장처리한 것을 두고 북한 적십자사가 유골 송환을 타진하는 등 양측 간 갈등이 잠재된 상황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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