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엘리트 정치’ 낸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어떤 세력도 중국을 뒤흔들 수 없다.” 지난 1일 ‘건국 70주년 기념식’의 일성은 중국이 경제, 국방 분야에서 세계 일인자가 되겠다는 다짐이자, 선언이었다. 그 중심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 중국은 미국을 뛰어넘어 초강대국으로 등극할 수 있을까. ‘시(習)황제’라 불릴 만큼 절대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 체제는 쭉 이어질까. 중국 정치 연구 권위자인 조영남(54)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4일 연구실에서 만나 물었다. 조 교수는 최근 중국의 공산당 최고 권력층을 분석한 ‘중국의 엘리트 정치’(민음사)를 펴냈다. 2016년 출간해 주목을 받았던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전 3권)에 이어 5부작으로 예정한 ‘현대 중국 연구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건국 70주년 기념식은 ‘중국 굴기’의 집약체였다.
“언론에선 주로 최첨단 무기를 선보인 열병식에 초점을 맞췄다. 초음속 무인 드론 등 절반 이상이 처음 공개된, 미국도 아직 보유하지 못한 것들이라 놀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더 큰 메시지가 있다. 바로 ‘새 시대’를 분명하게 천명했다는 점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식민지에서 해방돼 독립국가를 이뤘고, 덩샤오핑(鄧小平)은 절대 빈곤을 없애는 전면적 소강사회를 목표로 세웠다. 1978년 7억 5,000만명(전체 인구의 85%)이던 절대 빈곤층은 지난해 1,660만명이 됐다. 내년 말에는 덩샤오핑의 과업이 막을 내릴 거다. 이번 70주년 기념식은 그 다음 시대를 열어 젖히는 시작점이다. 핵심은 부유하고 강한 중국이다.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이 슈퍼파워가 되겠다’는 선포다.”
-책에서 시진핑의 권력은 일인지배 체제가 아니라고 분석했는데.
“권력을 혼자 또는 여럿이 나눠 갖느냐, 그리고 개인이 자의적으로 행사하느냐, 공식 기구를 거치느냐에 따라 1인 체제와 집단지도체제가 갈린다. 마오쩌둥은 전형적인 1인 지배였다. 권력을 독점했고, 법과 제도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았다. 덩샤오핑은 원로 지배체제였다. 8대 원로를 중심으로 한 비공식 회의가 최고의사결정기구였다.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장쩌민(江澤民)부터 후진타오(胡錦濤) 뿐 아니라, 시진핑 시대 역시 집단지도 체제다.”
-그럼에도 시진핑의 권력 강화 움직임은 노골적이다. 2022년 20차 당대회 때 권력을 넘겨줄까.
“시진핑이 중점을 둔 부패 척결과 당 규율 강화 운동은 후진타오 집권 2기에 이미 시작됐다. 지도부의 리더십이 허약해 지방정부가 말을 듣지 않는 상황까지 이르자, 공산당 중앙의 권한을 강화시킬 필요성이 대두됐다. 공산당 중앙 권력 강화 차원에서 시진핑의 힘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2016년 들어서부터 시진핑의 사적 권력욕이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의 집권 10년 차가 되는 20차 당대회 때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한번 더 맡는 시나리오가 제일 유력해 보인다. 외교와 군사, 안보는 자신이 계속 권력을 쥐고 있으려는 계산이다. 시진핑이 군사개혁에 손을 댔는데, 기존 구조를 흔드는 거라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 현재 중국 지도부 중 군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시진핑 밖에 없다. 국방장관 부관 출신에 아버지도 군 지도자, 부인 펑리위안(彭麗媛)도 군사예술학원 원장이라는 점에서 시진핑의 군 네트워크는 막강하다. 경제와 행정 등 내정을 맡는 국무원 총리와 공산당 총서기의 경우 6세대 지도자에게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차기로 누가 거론되나.
“공청당파의 후춘화(胡春华) 국무원 부총리가 총리로 승진해 경제와 행정을 맡고, 공산당 총서기는 시진핑 핵심인사인 천민얼(陈敏尔) 충칭시 당서기와 시진핑의 비서실장 격인 중앙판공청장의 딩쉐샹(丁薛祥) 둘 중 하나에게 맡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시진핑 직계인 두 사람은 한계가 있다. 천민얼은 중앙정치 경험이 없고, 딩쉐샹은 성을 다스려보지 않은 약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후춘화가 총서기를 맡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군대를 장악한 시진핑과 상당히 껄끄러워질 수 밖에 없다.”
-홍콩 문제, 미국과의 갈등 등 과제도 산적하다.
“대내적으로는 시진핑의 권력 강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누가 후계자인지 계속 먹구름인 상황에서 집단지도체제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 민족통일도 문제다. 중국은 2049년 대만 통일까지 염두에 뒀다. 그러나 홍콩 문제에서 드러나듯, 중국이 추구하는 ‘일국양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또 미국과의 패권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비등해지는 2030년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미중 대립이 격화할 텐데 우리의 전략은.
“중국의 부상에도 남북 분단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 이는 한반도 문제, 대북 억지력 확보에 한정해야 한다.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스몰 나토(NATO) 구상인 ‘인도-태평양 협력체’ 건설에는 발을 담그면 안 된다. 이건 일본 아베 정권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당장 인도나 호주 역시 소극적이다. 인도는 비동맹 외교를 지향한다며 상하이협력기구에도 참여한다. 호주 역시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국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이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국이 먹고 살 수 있는 성장동력을 확보해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거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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