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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대신 갚아준 어머니 방화 살인한 딸 ‘징역 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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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대신 갚아준 어머니 방화 살인한 딸 ‘징역 17년’

입력
2019.10.07 15:40
수정
2019.10.07 17: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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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이한호 기자

빚 문제로 어머니와 다투다가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한 20대 딸에게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2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는 2015년 자신이 간호하던 장애인인 남동생이 사망한 뒤부터 충동적으로 신용카드를 마구 쓰면서 8,000만원의 빚을 졌고, 급기야 어머니와 갈등을 빚었다. 그 동안 수천만원에 달하는 빚을 대신 갚아주던 어머니는 하루 12시간 동안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딸의 빚을 갚기 위해 애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비극은 지난해 10월 어머니가 “같이 죽자”면서 질책하면서 시작됐다. 이씨는 어머니가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 사이 미리 구입해 두었던 시너를 욕실 주변 등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씨는 집에 불을 지른 후 집 밖으로 나와 현관문을 닫았고 화상을 입지도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화재로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사건 당시 어머니는 이씨가 닫아 둔 현관문 앞에서 발견됐다. 또한 이씨는 집에 불을 지르기 전 ‘시너를 이용한 방화’, ‘청부살인’, ‘자살방법’ 등의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이씨는 “나도 함께 죽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같이 죽으려던 것이 맞다 하더라도 패륜 범행이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지금 20대 중반인 이씨가 40대 중반이 되기 전에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감형할 것”이라며 형량을 5년 줄여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돌아가신 어머니도 이런 재판부의 결정을 허락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감형된 형량마저 가혹하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양형이 부당하지 않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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