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주식거래시스템 ‘먹통’ 사고를 일으켜 투자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이 최근 5년간 100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등을 활용한 온라인 주식매매가 일상화됐지만 전산장애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7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17개 증권사의 전자금융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81건의 전산장애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 들어 발생한 사고도 10건에 달한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ㆍ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는 투자자가 시스템 오류 때문에 제때 주식을 매매하지 못한 사례를 집계한 결과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 매매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겼거나 시스템ㆍ설비에 장애가 일어난 경우로, 원상복구까지 걸린 시간은 1~3시간이었다. 김 의원은 “금감원에 공식 보고된 사고가 이 정도란 의미로, 실제 사고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산장애 사고로 피해를 본 고객에 대해 증권사들은 거래건수 기준 총 6,906건을 보상했다. 금액으론 97억8,000만원이다. 단일 사고 중 가장 많은 보상액을 지급한 증권사는 2015년 하나금융투자(31억3,000만원, 2,269건)이며, 올해 들어서는 KB증권(19억8,900만원, 1,235건)이었다.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증권사도 여럿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사고 이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1억원과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과태료 5,000만원의 제재를 받은 데 이어 금감원 검사를 거쳐 연내 추가 제재를 앞두고 있다.
주식거래시스템 오류로 투자자가 손해를 보면 증권사들은 자체 보상절차에 의거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투자자가 보상을 받으려면 전산장애가 일어났을 당시 주식을 매매하려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통상 장애시간대의 접속기록(로그기록)이 핵심 증거가 된다. 다만 매수 거래의 경우 다른 경로로도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보상 대상은 주로 매도 거래에 한정된다. 장애시간대의 주식 시가와 장애가 풀려 매도가 가능해진 시점의 시가를 비교해 그 차액만큼 손실을 증권사가 물어주는 구조다. 증권사 관계자는 “전산장애는 명백히 증권사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고에 비해 최대한 보상을 하는 방향으로 대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MTSㆍHTS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사고 방지를 위해 증권사들의 전산망 투자 확대와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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