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내 멍든 눈에 대해 설명하고 싶군요.”
6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라이먼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해비타트 행사에 참석한 지미 카터(95) 전 미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단상까지 걸어가 내뱉은 첫 마디다. 지난 1일 95번째 생일을 맞은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낙상으로 왼쪽 눈이 멍들고 눈썹 위로 14바늘을 꿰매는 큰 상처를 입었다. 1984년부터 아내 로잘린(92) 여사와 함께 해비타트의 주거 환경 개선사업 ‘지미와 로잘린 카터 워크 프로젝트(JCWP)‘를 운영해 온 카터 전 대통령은 봉합 수술을 받을 정도의 큰 상처를 입고도 이날 36번째 JCWP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병원에서 14바늘을 꿰매야 했지만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있었고, 그 일은 여기 내슈빌에 와서 집을 짓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CNN 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팀의 모자를 쓰고 행사에 참석한 카터 전 대통령은 왼쪽 눈이 부풀고 멍들어 하얀 붕대를 감은 모습이었다. 카터 부부의 소개를 맡은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와 트리샤 이어우드는 카터 전 대통령 부부를 ‘가장 열심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라고 설명했다. 이마를 다친 직후 대변인을 통해 “괜찮은 상태(feel good)”라고 소식을 전하기도 했던 카터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가벼운 농담을 건네고 야구 이야기도 하는 등 건강이 괜찮아 보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015년 1년간 투병 끝에 암을 이겨냈던 그는 지난 5월에는 야생 칠면조 사냥에 나서려고 자택에서 준비하던 중 넘어져 엉덩이뼈 골절 수술을 받는 바람에 걷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고향에서 일요일마다 교회 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는 이 수술 후 2주 만에 다시 교회로 복귀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재선 실패로 1981년 백악관을 떠날 때만 해도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퇴임 후에는 외교 성과가 재평가되고 미국 언론으로부터 가장 이상적인 전직 대통령의 삶을 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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