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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태 보고’ DMZ, 올해 상반기만 여의도 5배 면적 산불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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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태 보고’ DMZ, 올해 상반기만 여의도 5배 면적 산불 피해

입력
2019.10.09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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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산불이 나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산불이 나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생태 보고’인 비무장지대(DMZ) 일대가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여의도 면적 5배에 달하는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DMZ 및 민간인통제구역에서 산불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유일한 소방 수단인 산림헬기가 멀리 떨어져 있어 대응이 늦다 보니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림청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산불 피해를 입은 DMZ 일원 지역 면적은 1,418㏊(헥타르, 1㏊=1만㎡)에 달했다. 여의도 면적(290㏊)의 5배에 이르고, 지난해 1년 동안 산불 피해를 입은 DMZ 지역보다도 넓다. 2015년 510㏊였던 이 지역 산불 피해면적은 2016년 13㏊로 줄어든 뒤 2017년 381㏊, 지난해 1,178㏊로 급증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DMZ 일대 산불은 자연발화가 많고 통제 지역이라 발화 원인을 조사하기 어려워 최근 산불 급증을 추세적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권 의원실 관계자는 “북한군이 경계를 위해 풀을 태우거나 훈련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인을 불문하고 DMZ 일원의 산불이 큰 피해로 이어지는 이유는 산림 소방헬기가 제때 투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 간 DMZ 산불 발생시 산림헬기 투입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시간11분으로 산불 초기 진화를 위한 ‘골든타임’인 50분보다 20분 이상 늦었다. 그나마 서울, 강릉, 원주의 산림항공관리소가 DMZ와 가깝지만, 이마저도 이동거리가 멀어 골든타임 내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늦은 대응은 대규모 산불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 3월7일 경기 연천군 신서면~중면 일대 DMZ 내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우, 당일 오전 7시21분에 산림헬기 투입 요청이 있었지만 실제 투입이 이뤄진 시각은 오전 9시32분이었다. 헬기 요청에서 투입까지 2시간 11분이 소요된 셈이다. 이로 인해 헬기 총 71대가 투입되는 대규모 진화 작업에도 총 600㏊가 산불 피해를 입었다.

더 큰 문제는 DMZ의 잦은 산불이 생물다양성이 잘 보존된 이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력 투입이 어려워 인위적으로 산림을 되살리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산림청에 따르면 DMZ 지역에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된 자생 및 귀화 식물 4,499종 중 2,504종이 서식하며, 희귀식물도 285종이나 있다. 강원 접경 지역인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ㆍ고성과 경기 연천군의 민통선 지역 등은 지난 6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결국 접경 지역에 산림항공관리소가 추가로 설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도 되지 않은 상태지만 시급성이 인정되는 만큼 이번 예산국회에서 DMZ 지역 산림항공관리소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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