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국감에서 구체적 계획 미비 질타… “구두 약속 말고 문서로 확약 필요”
200여개의 공극(空隙)과 내부철판(CLP) 부식이 발견된 한빛 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보수 비용을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자체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실에 따르면 이원우 현대건설 부사장이 지난달 26일 노 위원(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면담을 갖고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점검 결과 한빛 1~4호기와 6호기, 한울 1∙3호기의 7개 호기에서 확인된 공극은 총 240개에 이른다. 공극은 방사능 누출을 차단하기 위해 격납건물(원전 핵심 시설을 둘러싼 콘트리트 돔 형태 구조물) 바로 안쪽에 설치한 CLP까지 부식시켰다. 지금까지 발견된 공극을 보수하는 데는 약 1,665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중 공극이 가장 많은 한빛 3·4호기 보수 비용만 580억여원에 이른다.
노 위원장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현대건설 자체 비용 부담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함께 한빛 원전 공극 발생 원인과 보수 방법 등에 대한 기술적인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한빛 원전의 공극은 당시 기술력 한계로 불가피한 부분이 있어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거나 시공 단계에서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빛 원전의 공극이나 CLP 문제는 최대 10년인 하자보수 기간이 지났다. 현대건설은 그럼에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7일 원안위 국정감사 전 보수 계획과 비용 부담 관련 서면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노 위원장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원안위 국정감사에 현대건설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노 위원장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 합의가 안 돼 증인 출석이 불발됐다. 이 관계자는 “면담 이후 현대건설 측이 한빛 원전 보수와 관련한 문서(확약서)를 가져왔는데, 내용이 너무 부실해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라고 되돌려 보냈다”고 말했다.
원안위 국감장에서는 한빛 원전 보수에 대해 원안위와 한수원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김종훈(민중당) 위원은 “현대건설이 국감을 앞두고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료 제출 약속을 했던 것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종합감사 때까지 법적 효력이 있는 서면으로 (보수 계획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위원장도 “현대건설이 보수를 약속한 면담 내용을 일주일 전에 원안위원장에게 전했는데, 국감 때까지 아무런 계획도 나오지 않은 데 대해 현대건설과 원안위, 한수원이 서로 봐주는 관계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원안위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니까 이런 안전 문제가 생긴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현대건설의 약속 내용을) 한수원 사장께 직접 전화로는 아니지만 직원을 통해서 전달했다”며 “원전 보수 문제에 대해 한수원도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현대건설이 작성할 의사가 있다면 종합감사 전에 확보해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 사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한수원은 현대건설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 사장은 “현대건설의 보수 부담 입장을 전해 듣고 한수원 본부장이 이 부사장과 계속 통화를 시도했으나, 회의 중이라는 문자만 오고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 김경진 의원은 현대건설의 법적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절차를 여야 합의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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