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죄 결론 냈지만 허점 있어…“재수사 중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가 모방범죄로 결론 낸 8차 사건도 자신이 했다고 자백했다. 대부분 영웅심리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행위로 분석하고 있지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8차 사건에 대한 면밀한 재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영웅심리, 수사 혼란 의도라는 분석을 반박했다. 우선 수사 혼선에 대해 “이 사건 같은 경우 (공소)시효가 다 끝나 이춘재 입장에서 보면 수사를 받을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영웅 취급은 대부분 언론에서 하는데 이춘재가 무기수이고 자기 사건과 연관돼 언론에서 어떤 종류의 기사화가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프로파일러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한 이춘재가 ‘이제는 털고 가자’라는 생각에서 여죄를 털어놨을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내일모레 환갑이니까 본인도 ‘인생 말년을 앞두고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을 지기 싫다.’ 이렇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수사에 협조하려는 자발적 태도를 보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간 복역하다가 2009년 가석방된 것으로 알려진 윤모씨는 억울한 피해자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추정했다. 윤씨는 자백 전 가혹행위가 있었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줄곧 주장해왔다. 그러나 사법 당국은 8차 사건 현장에서 나온 체모와 윤씨의 체모에서 티타늄이 검출됐고, 윤씨가 범행을 자백했다는 이유로 처벌했다. 이 교수는 “(윤씨가 일했던) 농기구 업체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은 다 티타늄이 많이 나올 거다. 일종의 공통분모인 거지, 사람을 특정하는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당시 (진술과정에서) 폭력이 있었는지는 지금 알 길이 없다”면서도 “이제 재수사를 해서 이 사람의 무고함을 밝히는 것도 이춘재가 어디까지 (범죄를) 저질렀는지 밝히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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