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차 경유지로 들러… ‘2주 안 협상 재개’에 회의적 반응으로 일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의 북한 측 협상 대표였던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귀국길에 경유지로 들른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추후 회담은 미국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회담 결렬 책임을 돌리면서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이후에도 미국이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데 불만을 토로한 뒤, 미국에 북한의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이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3터미널에 도착한 김 대사는 일방 통로로 나와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후 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있다”며 “이번 회담은 욕스럽다(‘역겹다’의 북한말)”고 말했다. ‘2주일 후 회담을 진행하는가’라는 질문에는 “2주일 만에 온다는 건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고는 “미국이 판문점 회동 이후 거의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거 같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김 대사는 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이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회담이 진행되느냐, 마느냐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면서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 어떻게 제안해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얼마나 준비가 되겠는지, 그건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만 대답했다. 미국 측에 원하는 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미국 측에 제안해 놨으니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결국 김 대사는 당장 북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일단은 선을 그은 셈이다. 앞서 북미 실무협상 결렬을 표명했던 그는 스톡홀름에서 출발,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하면서도 미국 측이 기대한 대로 2주 안에 실무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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